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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야구의 힘 보여준 LG 박용택, 넥센발 악몽 끊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5-09 09:03



박용택의 발로 이겼다.

LG는 8일 목동구장에서 넥센에게 8대2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해 9월22일부터 이어져오던 넥센 상대 4연패에서 탈출했다. 올시즌에도 앞선 2경기 모두 승산이 있던 경기를 놓치면서 '넥센발 악몽'이 계속되고 있었기에 더욱 반가운 승리였다.

사실 이진영의 3타점 싹쓸이 2루타, 경기 막판 넥센 김병현의 1군 데뷔전 등에 가렸지만, 이날 승리의 주인공은 LG 박용택이었다. 박용택은 1번-중견수로 선발출전해 4타석에서 1타수 1안타 3볼넷으로 100% 출루했다. 게다가 도루 2개로 톱타자 역할을 충실히 했고, 혼자 4득점을 올렸다.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있던 8회 이진영의 쐐기타가 터지기 전까지 팀이 올린 3점은 모두 박용택의 발에서 나온 득점이었다.

박용택은 1회 첫타석부터 가볍게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안타를 날렸다. 이날 경기의 처음이자 마지막 안타였다. 이후 박용택의 발야구가 시작됐다. 힛앤런 작전이 나오면서 이진영의 유격수 땅볼 때 2루에 도달했고, 순식간에 넥센 선발 강윤구의 허를 찌르는 3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1사 3루로 희생플라이 하나면 선취점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최동수는 곧바로 큼지막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줬고, 박용택은 홈을 밟았다. 발로 만들 수 있는 전형적인 득점공식이었다.

두번째 타석에선 발로 상대를 흔드는 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줬다. 박용택은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했다. 도루를 성공시켜야 그나마 득점을 기대해 볼만한 상황. 1회 때 3루 도루를 허용한 강윤구는 잔뜩 긴장한 채 박용택에게 연거푸 견제를 시도했다. 이때 강윤구의 두번째 견제구가 1루수 오른쪽으로 멀리 벗어났다. 이날 경기 중에도 손에서 빠지는 공이 많았던 강윤구인데 견제마저 손에서 빠진 것이다.

투수 견제 실책으로 순식간에 2사 2루. 타석에 있던 이진영은 중견수 방향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홈런성은 아니었다. 워닝트랙에서 잡을 수 있을 만한 공이었다. 하지만 넥센 중견수 이택근은 무슨 일인지 한박자 이상 출발이 늦었다. 타격음이 들리고 곧바로 스타트를 끊는 게 보통이지만, 이택근은 멈칫했다. 2루 주자 박용택의 움직임을 의식한 것이다. 결국 타구는 이택근의 키를 넘겼고, 박용택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빠른 발이 상대 수비의 시선을 뺏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모습이었다.

박용택은 상대 투수들의 제구 난조로 3회와 5회, 7회 세타석 연속 스트레이트볼넷으로 출루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7회에도 2루 도루를 성공시킨 뒤 정성훈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에 도달했다. 넥센 투수 김상수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폭투를 범해 박용택의 득점을 허용했다. 이날의 결승점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용택은 "오늘은 1번타자로서 많이 출루하고자 노력했다. 누상에서 많이 뛰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1번이나 2번타자로서 많이 뛰는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벌써 도루 8개를 성공시켜 이 부문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4번타자로 변신을 꾀하는 등 그간 빠른 발을 잊고 살았지만, 2005년 도루왕 출신으로 원래 뛰는 데 재능이 있던 그다. 이젠 단순히 도루 뿐만 아니라, 발로 승리를 가져오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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