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배경에는 웬만큼 뒤지고 있어도 걸핏하면 역전승을 만들어 내는 알토란같은 타선이 있다.
평균 팀타율은 2할4푼9리(4위)로 엄청나게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홈런 랭킹 1위(17개), 순장타율 1위(장타율-타율·0.148), 장타율 2위(0.397), 득점권 타율 1위(3할3푼3리)로 '한방' 능력과 영양가 만점의 방망이 솜씨로 상대팀들을 위협하고 있다.
"벤치 눈치보지마!" 금지령이 통했다
박 코치는 거창하게 비결이라고 할 것까지는 안된다고 했다. 기술보다 멘탈(정신자세)을 뒤바꾸는데 우선 주력했단다. 박 코치는 1군으로 처음 올라와 선수들의 훈련을 관찰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동안 성적이 부진해서 그런지 연습경기에서조차 위축돼 있고, 대부분 기가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박 코치는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면 고개를 푹 숙이고, 벤치에 있는 감독, 코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들이 팽배해 있었다"면서 "벤치에서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지레 겁먹고 덕아웃 먼발치로 빙 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가장 보기 싫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선수들은 타석에서 투수와 눈싸움을 하며 집중해야 하는데 힐끗힐끗 벤치쪽을 곁눈질하는데 정신팔렸다가 아웃된 뒤 꽁무니 빼듯 퇴장하는 게 버릇이었다는 게 박 코치의 설명이다.
그래서 박 코치는 스프링캠프 동안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한 게 '어깨펴고 떳떳하게 퇴장하기' 운동이었다. 박 코치는 "행동 하나하나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게 보이는데 이것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삼진 당했다고 눈치주지 않을 테니 벤치 앞으로 당당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라"는 조언을 입데 달고 다녔다고 한다.
혹독한(?) 정신개조 효과였을까.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벤치 눈치보는 버릇은 없어졌다고 한다. '고개숙이면 벌금 10만원' 규칙도 정해 시즌 중인 지금까지도 유지해오고 있지만 벌금을 낸 선수는 한 명도 없을 정도다. 박 코치는 "패배의식에 빠져 자신감을 잃었던 선수들에게 어깨 펴는 배짱을 주입했더니 기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맞춤형 지도로 완성도를 높였다
'기술자' 박 코치가 정신지도에 그칠 리가 없다. 일단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기초를 닦았으니 타깃형 맞춤지도에 들어갔다. 박 코치가 우선 타깃으로 삼은 선수가 박병호와 강정호였다. 특히 박병호에게 많이 매달렸다고 한다. 박 코치는 박병호에게 이승엽을 교과서로 삼게 했다. 힘에 의존하는 타격습관을 고치게 하기 위해서다. "이승엽의 타격자세를 잘 봐라. 힘을 빼고 부드럽게 타격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주입했다. 여기에 몸쪽 공에 약한 단점을 고치기 위해 타격 셋업자세 교정을 시도했다. 배트 끝을 오른쪽 어깨 높이 정도에 맞추면 몸쪽 공을 공략할 때 몸이 뒤로 밀리면서 자세가 흐트러지게 되니 어깨선보다 높게 잡도록 바꾸게 한 것이다. 이 덕분에 박병호는 올시즌 3일 현재 타점(14점)과 홈런(4개) 공동 5위로 무서운 타자가 됐고, 볼넷 공동 1위(14개)로 확연히 좋아진 선구안을 자랑하고 있다.
강정호에게는 손목 힘이 좋은 장점을 살리도록 했다. 박 코치는 "강정호는 4번타자에 대한 부담이 큰데다 홈런 욕심에 스윙이 커져있었다"면서 "큰 스윙으로 손목 힘이 좋은 장점을 죽이지 말고 짧고 간결하게 스윙하도록 고쳤다"고 설명했다. 박 코치의 조언을 받은 강정호는 변화구에 약했던 단점도 고치게 됐다고 한다. 결과 역시 대성공이다. 강정호는 올시즌 홈런(8개)-득점(17점)-OPS(출루율+장타율·1.210) 공동 1위, 타점 2위(21점), 타율 5위(3할3푼8리)로 강타자 대열에 우뚝섰다. 박 코치는 "예전에 강정호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져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젊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넥센은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팀"이라고 말하는 박 코치. 달라진 넥센의 숨은공신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