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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심창민, 수렁에서 건진 제2의 임창용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4-29 09:30


삼성의 기대주 투수 심창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경남고 시절 심창민 최문영 기자

또 한명의 그저그런 패전처리용 투수인 줄 알았다. 류중일 삼성은 스코어가 2-7로 벌어지자 무명의 심창민(19)을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믿었던 선발 고든(7실점)이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2010년 고졸 신인으로 삼성 유니폼은 입은 심창민에게 벅찬 상황이었다. 고든이 불을 지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무사 1,3루 상황, 타격감이 상승세인 SK 박재홍 조인성 박정권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었다. 심창민은 겁없는 배짱 투구로 당당히 맞섰다. 박재홍 조인성 연속 삼진, 박정권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6회에도 최윤석을 내야땅볼, 김재현과 정근우를 삼진 처리했다.

삼성은 28일 인천 SK전에서 5대8로 졌다. 27일 선발 차우찬에 이어 고든이 초반에 무너지면서 2연패 당했다. 삼성 타자들은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도 타선의 집중력이 떨어져 추격하지 못했다. 천하의 이승엽(3타수 2안타), 16경기에서 홈런이 없어 고개숙인 4번 타자 최형우(5타수 1안타) 2경기 연속 홈런을 친 박석민(4타수 1안타) 등 누구도 팀을 수렁에서 구하지 못했다. 삼성팬들이 박수칠 수 있었던 건 심창민 뿐이었다.

심창민은 28일 차우찬이 2군으로 내려가는 대신 1군으로 올라왔다. 그는 삼성 구단이 '제2의 임창용'을 꿈꾸면서 영입한 기대주였다. 지난해에는 어깨 통증으로 치료와 재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동계훈련을 마치고 심창민을 2012년 주목해야 할 4명의 선수 중 한명으로 꼽았다.

차우찬이 3차례 선발 등판해 모두 실패하지 않았다면 심창민에게 이렇게 빨리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류 감독은 당초 심창민을 5~6월쯤 1군에 올리려고 했었다. 심창민은 2군 퓨처스리그에서 마무리로 4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었다. 류 감독은 심창민을 1군으로 올린 바로 그날 힘든 상황에 투입했다. 심창민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고교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심창민이 프로야구판에서 주목을 받은 건 경남고 3학년때였다. 그 이전까지 그는 경남고의 에이스가 아니었다. 당시 경남고에는 김우경이라는 믿음직한 선발 투수가 있었다. 그런데 김우경이 잠깐 흔들리는 틈을 타 심창민이 2010년 청룡기대회에서 놀라운 호투를 보였다. 5차례 마운드에 올라 4승했다. 평균자책점 0.38로 우승컵과 MVP를 동시에 품었다. 청소년대표로 발탁돼 캐나다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갔다.

심창민은 고교 2학년 때 투수로 정착했다. 키가 작고 힘이 떨어져 오버 스로 대신 사이드암 스로 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드암 대선배 권오준(삼성)과 같은 방을 쓰면서 귀찮게 투구 밸런스를 잡는 방법을 물었다. 일본 야쿠르트로 간 임창용의 빠른 직구를 흉내내기 위해 동영상을 수 천번 돌려왔다. 고교 선배인 임경완(SK)에게 싱커를 배우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심창민은 1군의 첫 시험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삼성은 제법 쓸만한 새로운 무기를 수렁에선 건진 셈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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