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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라이언킹' 이승엽(36·삼성)의 홈런포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15일 대구 넥센전에서 7경기 만에 이번 시즌 첫 홈런을 친 이승엽은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2호, 22일 청주 한화전에서 3호를 쳤다. 그리고 26일 대구 롯데전에서 4호를 날리면서 정성훈(LG) 강정호(넥센)와 함께 홈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승엽(타율 3할8푼5리)은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동시에 장타율도 7할5푼으로 선두를 달렸다. 일본에서 8년 만에 돌아온 이승엽이 국내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이제 관심은 이승엽이 앞으로 보여줄 홈런 추이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8년이란 긴 시간을 보내고 지난해 12월 친정 삼성으로 돌아왔다. 그의 올해 나이 36세. 2003년 삼성에서 아시아의 홈런 신기록인 56개를 칠 때의 싱싱한 이승엽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집중견제를 당하면서 이승엽의 성적은 굴곡이 심했다. 그는 일본에서 초반 4년 동안 홈런 115개(14개→30개→41개→30개)를 쳤다. 후반 4년엔 홈런이 44개(8개→16개→5개→15개)로 크게 줄었다. 돌아온 이승엽의 타격 밸런스는 무너져 있었다. 또 국내 야구의 수준이 올라간 상황에서 이승엽이 예전 처럼 홈런을 쳐줄 지에 의문을 다는 사람도 많았다. 실제로 처음엔 홈런이 생각처럼 터지지 않았다.
이승엽에게 실투가 많은 한국이 일본 보다 편안하다
이런 가운데 분명히 달라진 건 이승엽이 상대하는 투수들의 기량이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한국 보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을 자주 상대했다. 일본에서 뛰었던 선동열 KIA 감독은 일본 투수의 제구력이 한국 보다 낫다고 인정했다. 지바 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한화)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일본 1군 투수들은 선발이나 중간 불펜 가리지 않고 제구력이 뛰어나다. 반면 한국에선 선발과 중간 불펜 투수들의 기량차가 아직 크다. 국내 투수들이 일본 보다 실투를 더 많이 던진다. 이승엽이 선발 투수들에게 막히더라도 나중에 나오는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뛰어난 타자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안타 또는 홈런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승엽은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승엽이 친 4개의 홈런은 모두 실투에 가까웠다. 고원준(롯데)의 체인지업(구속 130㎞), 바티스타(한화)의 직구(152㎞), 니퍼트(두산)의 투심(141㎞), 오재영(넥센) 직구(140㎞)는 제구가 되지 않고 가운데 또는 높은 쪽으로 쏠렸다. 이승엽의 방망이는 실투에 여지없이 돌았다. 그는 모두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는 숙제
이승엽의 타격감은 당분간 계속 좋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승엽의 타격 밸런스는 시즌 초반 안 좋았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어이없는 헛스윙이 확 줄었다. 그만큼 공을 오랜시간 정확하게 보고 있다. 또 임팩트 순간 배트가 빨리 뒤집어져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휘었던 현상도 없어졌다. 또 이승엽은 대개 4월 보다 5월에 더 좋은 타격감을 유지해왔다. 아직 나오지 않은 한 경기 멀티 홈런과 몰아치기도 가능하다.
이승엽의 방망이가 달아오를수록 투수들의 견제는 심해질 것이다. 시즌 초반 처럼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투수들이 제구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다. 또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좋은 공을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8년 동안 그 고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삼성에선 그 정도는 아니다. 출전 기회가 보장돼 있다. 앞뒤로 최형우 박석민 같은 거포들이 받치고 있어 이승엽만 집중 견제하기는 어렵다. 이승엽은 실투만 노려도 된다. 전문가들이 이승엽의 홈런 30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