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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인 난국이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이 시즌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와 아시아시리즈를 제패했던 삼성이 충격의 4연패를 당했다. 삼성은 19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2대7로 패했다. 삼성이 4연패를 당한 것은 지난해 8월20일~24일 이후 처음이다. 3연전 스윕을 당한 것은 2010년 6월4~6일 대구 롯데전 이후 2년만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투타 전 부분에 걸쳐 무기력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전 "아직 시즌초이고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는 했지만, 우승팀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도대체 삼성이 시즌 초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홈런왕-타점왕 어디갔어?
타선도 전반적으로 침묵 모드다. 그 침묵의 중심에 최형우가 있다. 지난해 홈런왕, 타점왕에 올랐던 간판타자가 무기력하니 전체 타선이 힘을 받을 리 없다. 전날까지 삼성의 팀타율은 2할3푼7리로 8개팀중 6위. 득점권 타율이 2할7푼5리로 괜찮은 편이지만, 출루수 자체가 적으니 많은 득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최형우는 이날 두산전에서도 4번 타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볼넷만 3개를 얻었지만, 팀의 득점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시즌 타율이 1할대(0.194)로 떨어졌다. 최형우가 부진에 빠지게 된 명확한 이유는 없다. 특별히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타격이라는게 사이클을 타게 마련인데, 삼성은 최형우의 타격감이 시즌초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4번타자가 10경기에서 홈런은 없고 타점이 3개밖에 안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철저히 분석해야 할 문제다. 앞타자 이승엽이 6회초 니퍼트로부터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장타 감각을 회복했다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공수에서 삼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박한이(왼쪽 허벅지) 조동찬(오른쪽 옆구리) 신명철(왼쪽 손목)의 부상 결장도 뼈아프다. 박한이와 신명철은 시범경기 때 다쳤고, 조동찬은 지난 14일 넥센전서 타격을 하다 옆구리 통증을 일으켰다. 세 선수의 복귀 시점은 각각 4월말에서 5월초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이들 없이 10경기 정도를 더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의 부상은 개인의 책임이지만, 전체적인 관리와 방지는 구단의 몫이다. 삼성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부상을 관리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7년에는 용인에 삼성트레이닝센터를 지어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전종목에 걸쳐 선수들의 부상 치료와 재활을 돕고 있다. 그런 삼성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시즌 시작부터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후 "시즌초 4연패는 팀에 분명 약이 될 것이다. 내일부터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