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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사례로 본 10시30분, '새벽경기'의 어려움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4-18 12:49


김병현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선수에게 오전 10시30분 경기는 고역이다. 김병현이 18일 두산 2군과의 경기 3회에 3루타를 허용한 뒤 심판의 페어 선언을 확인하면서 허탈해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4.18/

사회인야구에선 아침 7시 경기도 치른다. 하지만 본격 프로 선수에게 오전 10시30분 경기는, 준비과정까지 포함하면 거의 '달밤에 체조'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김병현처럼 잠이 많은 선수에겐 정말 힘든 여건이었을 것이다.

넥센 김병현의 세번째 시험 등판이 이뤄진 18일 목동구장. 넥센과 두산의 2군 경기가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됐다.

본래 2군 경기는 오후 1시에 시작된다. 하지만 이날 목동구장은 저녁에 1군 스케줄이 잡혀있기 때문에 2군 경기 시각이 앞당겨진 것이다. 넥센은 2년 전부터 전남 강진에서 예정된 2군 경기를 목동구장으로 종종 옮겨 치르곤 했다.

이날 목동에서 2군경기가 열린 것도 굳이 김병현 때문은 아니다. "2군 선수들의 모습도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청, 그리고 2군 선수들에게도 1군 경기장을 밟는 경험을 주자는 방침에 따라 올해는 4월 동안 강진의 2군 경기를 목동에서 열기로 했다.

김병현은 경기후 "아침 일찍이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성적도 3이닝 5실점(4자책)으로 좋지 않았다. 이참에 오전 10시30분 경기가 프로 선수들에겐 어떤 의미인지를 한번 되짚어본다.

10시30분 경기의 어려움

1군 홈게임을 치르는 일정이라고 가정해보자. 평일 경기 개시시각은 오후 6시30분. 투수는 오후 2시~2시30분 정도에 야구장에 도착한다. 당일 선발투수는 오후 4시~4시30분쯤 야구장에 나온다. 김병현이 1군에서 선발로 뛰었다면 출근시각이 오후 4시~4시30분이었을 거라는 얘기다.

그후 트레이너실에서 개인적인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장에 나가서 웜업, 러닝, 캐치볼 등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한다. 이때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하는 지는 선발투수의 개별 성향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오전 10시30분 경기라면? 선발투수도 최소 9시 정도엔 경기장에 나와야 한다. 스트레칭과 웜업을 계속 하면서 경기 개시 10분 전까지 준비하게 된다. 김병현의 경우 1군 스케줄대로 움직일 때에 비하면 무려 7시간이나 빨리 야구장에 나온 셈이다. 김병현은 서울 삼성동 근처에 산다. 넥센 관계자는 이날 "김병현이 오전 10시30분 경기를 위해 집에서 오전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엔 출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김병현이 힘들어할만도 했다. 1군 경기에선 몸을 풀 시간이 충분하지만, 오전 10시30분 경기에선 계속 몸을 푸는 과정에서 곧바로 실전에 투입돼야 한다. 충분한 시간 확보가 어렵다는 뜻이다.

일반인과 다른 타임테이블

김병현은 이날 경기후 팀 관계자에게 "확실히 아침에 하니까 몸이 무겁다"고 말했다 한다. 본래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잠꾸러기' 스타일이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현지시각으로 오후 7시 넘어 시작하는 경기도 많다.

김병현은 엔트리에 등록되진 않았지만 그간 1군 선수단을 따라 움직였다. 오후 6시30분 스케줄에 몸이 맞춰져있었다. 물론 이날의 시험 등판을 위해 하루 전인 17일엔 훈련을 마친 뒤 오후 5시쯤에 일찍 귀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퇴근시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 1군 리듬에 맞춰져있으면 잠자리에 드는 시각도 자정을 넘어 오전 2시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군 선수들은 원정경기인 경우 아침 7시~8시쯤에 식사시간이 정해져있다. 숙소의 식당으로 모이는데, 진짜 제대로 밥을 먹기 위한 개념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점호' 성격이 짙다. 밤새 별일 없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후 방에 올라가 다시 잠들면 대체로 오전 11시~낮 12시가 돼야 일반인의 '상쾌한 아침'을 맞게 된다. 넥센의 장정석 매니저는 "그런 면에서 보면 오전 10시30분 경기는 김병현처럼 1군 스케줄에 익숙해진 선수에겐 새벽에 하는 경기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물론 "프로가 그런 것도 스스로 알아서 관리 못하나?"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장정석 매니저는 "현실에선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자는 게 프로야구 선수들의 규칙적인 생활이다. 그 리듬이 깨지면 몸상태가 좋을 순 없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이날 "욕심 같아선 여기서 안타를 맞으나 1군에 가서 맞으나 똑같은 것 같다. 1군 가서 맞는 게 나으니까 올라가고(엔트리 합류) 싶은데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설명을 했다고 한다. 시험 준비를 오래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적이 좋은 게 아니고, 오히려 단기간에 바짝 끌어올리는 게 때론 집중력이 더 발휘된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1군에 올라갈 타이밍이 잡히면, 오히려 몸상태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였을 것이다. 이날처럼 오전 10시30분 경기를 치른 뒤라면, 김병현은 특히나 그런 생각이 더 간절했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프로야구 선수들은 일반인과는 사는 시간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야간경기후 밤 11시가 넘어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하는 모습, 오전 10시에 전화를 받은 뒤 "이 꼭두새벽부터 뭔 일인데"라고 반응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목동=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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