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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패 한화, 박찬호 카드를 꺼낸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4-12 14:35


한화 박찬호(오른쪽)가 정민철 투수코치의 조언을 받으며 피칭연습을 하고 있다. 청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한화가 3연패 탈출의 필승카드로 박찬호를 빼들었다.

박찬호의 12일 청주 두산전 선발 출격은 다소 예상 밖의 카드였다.

한화 관계자는 개막 2연패 중에 맞은 11일 두산전 이전까지만 해도 "또 패배한다면 연패 탈출을 위해 필승카드인 에이스 류현진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 역시 류현진이 7일 롯데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91개 밖에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별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류현진의 두산전 등판설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11일 두산전에서 3연패째를 하자 박찬호를 선발로 낙점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지난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12.96으로 부진했다. 홈런 2개 포함 안타 16개를 허용하며 불안감을 내보인 게 사실이다.

아직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한 박찬호를 3연패 탈출 카드로 내세우는 것보다 확률높은 류현진을 등판시키는 게 합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감독은 박찬호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팀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급변하면서까지 류현진을 내세우면 최고참 박찬호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이고, 시즌 개막을 위해 착실하게 준비를 해온 박찬호의 보이지 않는 수고마저 저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박찬호가 3연패 도중 등판이라는 부담감이 아니라 팀을 구하는데 선봉에 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시범경기 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11일 두산전에 앞서 "현재 찬호는 이렇게 보면 된다. 대스타 출신으로서가 아니라 팀의 일원으로서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 뿐이다"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면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박찬호가 느끼는 책임감이란 로테이션의 멤버로서 동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자기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는 게 정 코치의 설명이다. 이런 박찬호를 굳게 믿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때가 됐다는 게 한화 구단의 판단이다.

'SK 트라우마'를 일단 피하자는 포석도 깔려있다. 박찬호는 스프링캠프를 소화할 때까지만 해도 한화 투수진 가운데 가장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국내로 돌아와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 출발점이 지난달 14일 SK와의 연습경기였다. 시범경기 시작을 앞두고 문학구장에서 가진 당시 경기서 2⅔이닝 동안 4실점으로 강판됐다. 이후 시범경기 2번 연속 실패했다.

박찬호는 이번 두산전을 거른다면 주말 인천 SK전에 출격해야 한다. 소나기는 피해가라고. 굳이 좋은 추억이 없는 장소에서 SK를 상대하도록 하는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류현진을 원래 예정대로 13일 SK전에 출전시키면 부수적인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후 첫 인천 등판에서 승리를 챙기는 등 그동안 인천에서 12차례 선발로 나와 7승3패를 기록했다. 인천에서의 70% 승률은 경기수가 많지 않은 청주, 군산구장을 제외하고 꽤 높은 편에 속한다.

3연패에 빠졌던 한화가 박찬호-류현진의 연속 출격을 통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품은 것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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