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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투라는 확실한 보직이 있어 좋아요."
마무리 리즈의 등판 스타일 역시 눈길을 끈다. 김기태 감독은 "리즈는 1이닝 마무리 투수"라며 웬만해서는 8회에 등판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리즈는 7일과 8일 모두 9회에만 던졌고 2세이브를 올렸다. 두 경기 모두 8회 주자가 출루하며 실점 위기를 맞았기에 리즈를 찾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이 리즈 대신 선택한 이는 한 희였다. 한 희는 지난해 시즌 중반 이후 필승계투조로 활약하며 지난 겨울에는 마무리투수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그만큼 씩씩하게 공을 뿌린다. 마치 싸움닭 같은 공격적인 피칭이 트레이드마크다.
경기가 끝난 뒤 한 희는 "뒤에 리즈가 있으니까 든든하다. 그래서 더 잘 던질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캠프 때 부진으로 마무리 후보에서 밀려난 그다. 하지만 중간계투 보직에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작년엔 확실한 내 보직이 없었다. 시즌 전에는 선발도 준비했고, 개막 후에 롱릴리프로 던지다 나중에 짧게 던지는 역할을 맡았다"며 "올해는 중간으로 보직이 정해진 채 시즌에 들어가서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마무리 만큼 중요한 게 셋업맨이다. 마무리투수가 등판하기 위한 준비를 마쳐놓아야 한다. 리즈같이 1이닝 마무리투수를 위해서는 더욱 그 중요하다. 그 앞에 닥친 위기를 막아줘야만 한다. 한희의 직구 최고구속은 140㎞대 중반에 불과하지만, 볼끝이 묵직하기에 타자에게 주는 위압감은 스피드 그 이상이다.
리즈의 2세이브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는 위기를 넘긴 한 희의 2홀드가 있었다. 올시즌 9회 리즈의 등판을 보려면 셋업맨 한 희의 등판이 필수조건이 될 지도 모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