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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핵잠수함'이 순항하고 있다. 5월을 기대케 하는 모습이다.
김병현은 앞서 예고한대로 변화구를 주로 점검했다. 첫 실전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롯데와의 시범경기 때 변화구가 안 좋다는 걸 느꼈기 때문. 당시 김병현은 첫 회 직구만 던져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지만, 두번째 이닝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다 1안타 1볼넷 1사구를 기록했다. 김병현은 이후 "슬라이더가 안 먹힌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날 김병현이 던진 56개의 공 중 직구는 29개였다. 절반이 조금 넘는 비율(51.8%). 커브가 5개, 슬라이더 11개, 체인지업(싱커 포함)이 11개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그의 슬라이더는 '프리스비 슬라이더'로 불렸다. 프리스비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플라스틱 원반을 말한다. 이 원반처럼 날아가다 갑자기 가라앉거나, 잡으려는 순간 저멀리 휘어나가는 게 특징이다.
물론 지금 슬라이더는 그때 만큼은 아니다. 구심 뒤에서 지켜본 김병현의 슬라이더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꿈틀대는 직구보다 무뎌보였다. 과거 메이저리그 시절의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다. 타석에서 본 타자들의 증언은 달랐다. 경기가 끝난 뒤 LG 타자들은 "당연히 우리가 알고 있던 예전의 그 공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슬라이더도 현재 투수들 중 수준급의 각도"라고 했다.
김병현은 아직 100%의 몸상태도 아니다. 변화구도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내 슬라이더는 순간적으로 멈췄다 가는 것"이라며 "공이 팽이처럼 돌다 한번 정지해야 되는데, 이젠 정지하는 게 없어졌다. 그냥 돌면서 나가기에 예전같지 않은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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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병현을 관찰하러 구리구장을 찾은 정민태 투수코치는 "그동안 미흡했던 변화구를 많이 던졌는데 제구가 괜찮았고, 꺾이는 각도도 많이 좋아졌다. 계속 투구수를 늘려갈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이미 직구는 만족스러운 상태다. 오늘 날씨가 쌀쌀해 75% 정도로 던진 것 같은데 지금도 세게 던지면 145㎞는 나온다. 1군에 올라온 뒤엔 147㎞ 정도는 무난하다"고 덧붙였다.
김병현은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몸이 풀리니까 던지기 편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저번보다는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그래도 1군 타자들에게 던져봐야 알 것 같다"며 "오늘처럼만 하면 잘 풀릴 것 같다. 더 많이 맞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볼넷을 내준 상황에 대해서는 "직구를 세게 던졌는데 밸런스가 다소 맞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말로 이날 김병현의 공은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제구가 좋았다.
하지만 볼넷을 내준 정의윤 타석 때는 직구에 힘을 더하다 처음 폭투가 나오는 등 아직까지 강약조절에 문제점이 있어 보였다. 김병현은 "투구시 강약조절을 할 때 팔각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실전에서 문제가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고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 관건은 투구 후 회복속도다. 공을 던지고 피로감이 풀리지 않는다면,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없다. 김병현은 "내일 자고 일어나 보면 알 것"이라며 "오른쪽 어깨와 등, 그리고 왼쪽 엉덩이의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계속 그 부분을 쓰면서 몸에 인식을 시켜주고 있다"고 했다.
구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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