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메이저리거는 콜로라도의 왼손투수 제이미 모이어다.
모이어는 지난 2010년 필라델피아에서 19경기에 나가 9승9패, 방어율 4.84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실전 마운드를 떠난지 1년6개월이 넘은 선수를 데려갈 팀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콜로라도가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콜로라도는 지난 1월20일 모이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자격을 줬다. 마이너리그 계약 선수는 실력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은퇴도 감수해야 하는 불안한 신분이다. 그러나 모이어는 스무살 이상이나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하며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콜로라도 구단은 1일 "모이어가 선발 한 자리를 꿰찼으며, 시즌 두 번째 경기에 나서게 된다"고 밝혔다. 콜로라도는 오는 7일 휴스턴과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시즌을 개막한다. 모이어는 다음날(8일) 시즌 첫 선발 등판을 하게 된다.
콜로라도의 짐 트레이시 감독은 "여전히 제이미 모이어다운 투구를 하고 있다. 작년 팔 부상 때문에 제대로 던지지 못했지만, 지금 시범경기의 피칭은 모이어 그대로의 모습이다. 여전히 성실하고 프로답다. 구속이나 구위 자체도 변함이 없고, 효과적으로 잘 던질 것으로 믿는다"며 선발진에 합류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모이어는 이번 시범경기서 2승, 방어율 2.77을 기록하며 선발 경쟁자였던 타일러 채트우드와 기예르모 모스코소를 물리쳤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이 40을 넘기면 주전으로 뛰기 힘들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40세 이상의 고령 선수들이 20대의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선수들의 자기 관리, 부상 방지 시스템 등 첨단 컨디셔닝 프로그램이 잘 발달이 돼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972년생 이전 출생자, 즉 마흔을 넘긴 선수는 총 12명이다. 그러나 대부분 40대 초반이다. 모이어에 이어 두번째 고령선수는 1969년생인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다. 모이어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다. 국내에서는 KIA 이종범이 은퇴를 선언했으니, 올해 40대의 나이에 현역으로 뛰는 선수는 LG 최동수와 SK 박경완, 둘만 남게 됐다. 메이저리그는 30개팀에서 12명, 국내는 8개팀에서 2명이 40세 이상이다. 비율상으로는 국내의 40대 비율이 적은 편이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는 나이가 들더라도 국내에 비해 기회가 넓은 편이다. 팀 자체도 많을 뿐만 아니라 베테랑의 노하우를 팀운영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구단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이어는 굉장히 차분한 성격이면서도 마운드에서는 뜨겁게 승부욕을 발휘한다. 트레이시 감독의 말처럼 성실하고 프로다운 모습은 후배들에게 분명 귀감이 될만하다.
덧붙여 모이어가 현역으로 장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부드러운 투구폼과 제구력 위주의 피칭으로 승부를 해왔기 때문이다. 10년전 모이어의 직구 평균 구속은 82.8마일이었고, 지금도 직구 스피드가 80마일대 초반이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줄이는 대신 컷패스트볼을 최근 5년간 평균 20% 이상 던졌다는 점이다. 모이어 역시 생존 전략으로 여러가지 방법들을 연구해 왔으며, 여전히 다양한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