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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표 신발'이다. 1개월여 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김태균이 우직하게 프런트들을 감동시킨 사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태균은 애리조나에 있는 동안 휴식일을 맞아 쇼핑을 나갔다 오더니 운동화를 한가득 사가지고 들어왔다.
이같은 김태균의 인심에 감동한 프런트들은 지금도 김태균을 볼 때마다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우직하게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믿을 맨"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태균의 이런 우직함은 자신의 훈련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 초반까지만 해도 김태균은 연습경기에서 뚜렷한 타격 솜씨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유별나게 튀는 법 없이 조급해하지도, 자만하지도 않은 채 줄곧 우직했다. "지금부터 벌써 안타를 치고 난리를 피우면 안됩니다. 제가 알아서 시즌 개막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릴테니 두고 보세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잘 알아서 일까. 김태균의 예언은 적중했다. 18일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 불을 뿜었다.
지난 16일 넥센과의 연습경기에서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터뜨렸던 활약은 예고편이었다.
김태균은 이날도 스리런 홈런 1개를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청주구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을 즐겁게 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넌지시 내뱉었던 '예언'을 보란듯이 지켜나고 있는 것이다. 김태균이 홈런을 때려낸 것은 한화로 복귀한 이후 처음이다.
2개월의 스프링캠프 동안 여러차례 연습경기를 거치면서 이렇다 할 장타가 나오지 않아도 전혀 흔들림없이 '마이웨이'를 지켜왔던 대가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경기를 시작하기 전 "김태균은 걱정하지 않는다. 1루 수비도 덩치에 비해 민첩하고 상당히 잘 하는 편"이라고 김태균을 믿었던 한대화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한화 프런트들은 남모르게 선물받았던 '김태균표 신발'을 다시 떠올리며 "뒤에서 묵묵히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받쳐주는 김태균을 상상하면 벌써 신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1회말 1사 1, 3루에서 3점 홈런을 터뜨린 김태균은 4번째 타석인 7회말 2사 3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추가한 뒤 후배 이상훈에게 1루 베이스를 물려주고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이 때 김태균이 홈팬들에게 남긴 것은 밝게 빛나기 시작한 한화의 올시즌 희망이었다.
청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