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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견제인가, 당연한 지적인가.
산케이스포츠에 따르면, 이 스카우트가 지적한 것은 다르빗슈가 마운드 위에서 오른손으로 왼팔이나 목덜미, 머리카락 등에 손을 댄 뒤 그 손을 닦지 않고 그대로 공을 던진다는 것이었다. 다르빗슈는 11일 라이브 피칭을 할 때도 땀에 젖은 목덜미를 만진 뒤 그대로 투구하는 일이 많았다.
야구규칙 8.02는 공에 침이나 땀 등 이물질을 묻히고 투구를 하는 것을 부정투구로 금지하고 있다. 물론 한국, 미국, 일본 등 리그마다 적용을 받는 행위와 판단 기준에 대한 해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다르빗슈가 투구전 습관적으로 목덜미 등을 만지는 행위가 규정 위반인지는 심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 덕 에딩스 구심이나 상대팀 샌디에이고는 다르빗슈의 동작을 놓고 부정투구 언급은 없었다.
다르빗슈는 14일 클리블랜드전서 이같은 습관적 행동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3이닝 동안 3안타에 볼넷을 4개나 허용하며 2실점, 부진한 투구를 했다. 평소에 하던 행동을 자제하는데 신경을 쓰느라 제구력이 흔들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8일 샌디에이고전에서 2이닝 동안 볼넷없이 2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2007년 보스턴에 입단한 마쓰자카도 부정투구와 관련, 비슷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해 7월24일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마쓰자카는 5회 마운드 위에서 손을 입에 갖다 댄 후 닦지 않고 투구를 해 조 웨스트 구심으로부터 부정투구로 볼 선언을 받았다. 마쓰자카의 경우 명백한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큰 논란거리는 되지 못했다.
동양인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부정 투구로 곤욕을 치른 선수는 또 있다. 바로 김병현(넥센)이다. 지난 99년 애리조나에 입단한 김병현은 그해 6월10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투구 도중 오른쪽 어깨에 붙인 파스가 유니폼 밖으로 튀어나와 퇴장 선언을 받았다. '투수가 이물질을 신체에 붙이거나 지니고 있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었다. 흰색의 파스가 타자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는 심판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서도 상당히 황당무개한 사건으로 회자되기는 했지만, 심판이 타자의 타격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그대로 파스 부착을 허용했을 수도 있다.
같은 야구 규칙이라도 한국과 일본, 메이저리그가 적용하는 판단 기준은 각각 다를 수 밖에 없다. 김병현이나 마쓰자카와 마찬가지로 다르빗슈도 이러한 '문화적 차이'에 대한 적응이 성공 여부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다르빗슈가 앞으로 적응해야 할 문제는 부정투구에 관한 행위 말고도 이닝간 연습 투구 금지도 있다. 한국, 일본과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는 팀이 공격중일 때 투수가 덕아웃 앞에 나가서 캐치볼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르빗슈는 이에 대해 "여기 규정이 그렇다면 따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