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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이대호가 벌써 암초에 부딪힌 것일까.
문제는 무대를 옮겨 홈구장인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부터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연습경기 19타석(자체홍백전 제외)에서 한 번도 당하지 않았던 삼진도 2개나 당했다.
시범경기에서의 타격 분석을 해보면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대호는 시범경기 들어 연습경기와는 다른 타격을 보여줬다. 매우 공격적으로 변했다. 좋은 공이 들어오면 기다리지 않고 장타를 의식한 타격이 이어졌다. 11일 주니치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대호는 2회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등장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볼카운트 0-2에서 주니치 선발 나카타 겐이치가 던진 직구가 높게 들어오자 기다리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장타에 대한 욕심이 더욱 묻어났다. 3회말 1사 1, 2루 찬스에서 등장한 이대호는 초구에 밋밋한 공이 높게 들어오자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우익수 쪽으로 높게 뻗어나간 타구는 아쉽게도 워닝트랙 부근에서 잡히고 말았다. 물론 안좋은 결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연습경기에서 터지지 않았던 홈런포와 펜스를 맞히는 2루타 등 장타가 터져나왔다.
롯데 시절 이대호를 오랫동안 지도해온 LG 김무관 코치의 설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결론은 선수로서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는 욕심과 적응을 위한 자제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코치는 "이대호 뿐만이 아니다.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며 "타자의 경우는 장타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나. 여기에 이대호는 오릭스가 장타를 기대하며 거액을 주고 영입한 용병이다. 이대호도 지금 시점이면 욕심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범경기가 이어진 교세라돔에는 구단 관계자들 뿐 아니라 많은 홈팬들이 이대호의 경기를 지켜봤다. 충분히 힘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김 코치는 이대호를 만나 이 부분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오릭스와 LG의 연습경기가 열린 고지 동부구장에서 이대호를 만난 김 코치는 "지금 스윙과 타석에서의 자세를 보니 아주 좋다. 일본 투수들이 초반 좋은 공을 주지 않을 테니 큰 스윙을 하다가 밸런스를 깨뜨리지 않도록 하라"는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김 코치는 "갑자기 타격 성적이 떨어졌다면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그런 심리적인 부분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으니 지금의 일시적 성적 하락을 '부진'보다는 '적응'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말이었다. 김 코치는 "지금까지 해온 과정을 봤을 때 정규시즌에는 분명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