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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체인지업이 던지기도 편하고, 손에 완전히 익었어요."
이처럼 보통의 젊은 선수들이 범할 수 있는 실수는 피해가고 있었다. 임찬규가 자기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은 함께 방을 쓰는 대선배 봉중근 덕이다. 임찬규와 봉중근은 지난해 한때 원정경기서 함께 방을 쓰며 절친해진 사이. 당차다는 임찬규도 입단 직후에는 꿈에 그리던 LG의 에이스 봉중근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캠프를 치르며 봉중근에게 먼저 다가갔고, 나중엔 아예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을 가르쳐달라며 졸졸 따라다니기까지 했다.
봉중근 역시 이런 임찬규에게 많은 애정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수술 후 재활중일 때도 제구 난조로 고생하는 임찬규에게 직접 연락해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스프링캠프 전에 일찌감치 임찬규와 룸메이트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고 있다.
임찬규는 고교 때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했다. 빠른 공과 더불어 로케이션의 변화가 있는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하지만 지난해 프로에서 통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돼 실전에선 잘 던지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점점 감을 잃어갔다. 시즌 중반부터 다시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였지만, 예전처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임찬규는 "예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체인지업을 던지기 편해졌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불편함이 사라졌다는 것, 이는 변화구의 효과를 가장 극대화시키는데 필수요건과도 같다. 편하게 공을 던지다보니 제구도 원활해졌다. 코칭스태프 역시 임찬규의 달라진 체인지업에 대해 "역회전이 잘 걸려 떨어지는 각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사이판 1차 훈련을 알차게 소화한 임찬규는 "선발 욕심이 안난다면 거짓말"이라며 미소지었다. 몸상태도 자신있어 보였다. 현재 LG 마운드에 박현준과 리즈, 주키치의 뒤를 받치는 4,5선발 자리는 아직 비어있다. 봉중근에게 전수받은 체인지업을 앞세운 임찬규가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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