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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이었던 애리조나에서 좋은 기운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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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넥센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는 김병현에게는 좋은 추억을 남긴 뜻깊은 장소다. 13년 전 메이저리그 성공의 기회를 처음으로 열어준 곳이기 때문이다. 1999년, 성균관대에 재학중이던 언더핸드스로 투수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전격 입단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보기 드문 투구 스타일이 애리조나 구단의 눈길을 사로잡은 덕분이었다.
김병현의 최전성기는 2002년이었다. 팀의 주전마무리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김병현은 72경기에 나와 8승3패 36세이브, 방어율 2.04를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이 역시 한국인 최초기록이다. 이듬해 시즌 중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의 애리조나 통산 기록은 21승22패 70세이브, 방어율 3.26이었다.
이렇듯 애리조나는 김병현에게 메이저리그 성공의 기회를 제공해 준 곳이다. 그래서인지 김병현은 애리조나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병현은 "애리조나는 나에게 처음으로 성공의 문을 열어준 '기회의 땅'이었다. 지금은 넥센 유니폼을 입고 다시 애리조나에 왔는데, 이곳의 좋은 기운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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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성공의 두 가지 키워드, '팀 적응'과 '감각 회복'
애리조나의 좋은 기운을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김병현이 다시금 예전의 실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들이 많다. 2007년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를 떠난 이후 공백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병현이나 넥센 김시진 감독이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과거 '핵잠수함'의 위용을 되찾기 위해서 김병현에게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김병현은 "우선 한 식구가 된 넥센 동료들과 빨리 어울려야 한다. 그 다음에는 몸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자가진단했다. 또 김시진 감독은 "서두르지는 않겠다. 공백이 있으니까 손끝의 투구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견해들을 종합하면 '팀 적응'과 '감각 회복'이 '부활'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김병현이 가장 먼저 지적한 부활의 키워드가 '팀 적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김병현은 팀 적응 실패로 피해를 많이 봤다. 애리조나에서도 코칭스태프와의 의견대립으로 보스턴에 트레이드됐고, 콜로라도와 플로리다 등지에서도 팀에 잘 융화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라쿠텐에 입단했지만, 언어와 야구문화의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김병현은 "의사소통이 일단 편하니까 좋다. 처음보는 후배들도 많고, 나를 다소 어려워하는 것도 같은데 내가 먼저 잘 다가가겠다"면서 "내가 '군기반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것은 잘 못한다. 그냥 원래대로 잘 웃으면서 빨리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서적인 안정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김병현이 정서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 김시진 감독은 실질적인 해답을 내놨다. '감각회복'이다. 투수들은 조금만 야구를 쉬어도 손끝의 투구감각이 흔들린다. 그래서 김병현에게도 이런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김 감독은 "하체를 보니까 아직도 튼튼하게 근육을 유지했더라. 하체가 굳건하면 상체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몸상태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끌어올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현이 과거 '기회의 땅'이 돼 준 애리조나에서 '부활의 노래'를 힘차게 부를 수 있게 될 지 기대된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