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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투항'으로 귀결된 최희섭 사태, 어떤 일이 있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1-17 20:24


열흘 동안 프로야구판을 들썩이게 했던 최희섭은 결국 '백기투항'했다.

KIA와 최희섭이 최종 결론을 내렸다. 최희섭은 17일 오후 구단과의 최종면담에서 그간의 모든 행동을 반성하며 훈련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싸늘하게 식어갔던 KIA도 일단은 최희섭의 사죄를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기로 했다. 연봉(지난해 4억원)도 백지위임 했고, 어떤 징계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KIA 구단은 조만간 자체상벌위원회를 열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앞으로 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찌됐든 지난 8일 팀훈련 불참으로 시작된 '최희섭 사태'는 열흘 만에 일단락됐다.

KIA와 최희섭, 그 트러블의 과정은

최희섭은 올해 초 감기 몸살에 의한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팀 소집 훈련에 불참했다. 이어 트레이드까지 요구하면서 팀에서 마음이 떠났음을 내보였다. 서울 팀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에 광주에 마련된 신혼집을 처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최희섭의 생각과 달리 악화일로를 내달렸다. 신임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하지 않았던 최희섭이 새해 첫 공식 모임과 훈련에 연달아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빠지면서 '책임감 부재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최희섭은 지난 시즌 중에도 수시로 몸이 아프다며 경기에 나서지 않은 전력도 있었다.

여기에 자신이 먼저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거세졌다. KIA 구단은 지난 3년간 팀의 4번타자를 맡았던 최희섭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원하는 대로 휴식을 주면서 기다려보기도 했고, 선수와 구단의 상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트레이드 시장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트레이드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트레이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원인은 카드가 맞지 않았던 것이 물론 첫째지만 최희섭 본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계속 팀과의 접촉을 거부하며 훈련도 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 가치가 날이 갈수록 급락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지난 16일, 넥센과의 트레이드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구단도 최후의 카드를 꺼내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팀 분위기와 구단의 위상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최희섭을 단호하게 처리한다는 방침. KIA는 '제한선수'로 최희섭을 묶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서는 최악의 징계인 '임의탈퇴'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왜 백기를 들었나

결국 최희섭은 17일 김조호 단장과의 최종 면담에서 "그동안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백배 사죄하고, 18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껏 부려왔던 몽니를 완전히 뒤엎는 '백기 투항'이다.

최희섭은 왜 이렇게 입장을 180도 뒤바꾸게 됐을까. 한 마디로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분석된다. 우선 시장과 여론의 상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흐른 데 대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막상 열린 트레이드 시장에서 최희섭에 대한 평가는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30홈런-100타점이 가능한 좌타자'가 아니라 '팀과 융화되지 못하고, 부상도 잦은 문제선수'였다. 때문에 KIA의 콜을 받은 여러 팀들 가운데 대부분이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일부 관심을 보인 팀들조차 아쉬울 것 없다는 식의 자세로 협상을 벌였다.

KIA도 이처럼 급랭한 시장 상황에 대해 당황했겠지만, 역시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최희섭 본인으로 여겨진다. 시장에만 나가면 쉽게 자신이 원했던 수도권 팀으로 이적할 줄 알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았다는 점은 최희섭에게 큰 당혹감을 줬다.

또한 KIA의 입장이 시간이 흐를수록 단호해졌다는 것도 최희섭을 두렵게 했다. 당초 KIA는 모든 면에서 최희섭의 입장을 먼저 고려했다. 팀 워크숍과 훈련에 빠졌을 때도 구단 관계자들은 "너무 몸상태가 안좋아서 부득이하게 못나온 것"이라며 최희섭을 감쌌다. 그런데, 최희섭이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락을 끊고, 최종 복귀 권유일인 15일에도 나오지 않자 KIA는 냉정하게 상황을 돌아보게 됐다.

특히 간판 선수가 먼저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은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이나 구단 분위기 측면에서 최악의 악재였다. 결국, '이렇게 선수에게 끌려가기만 해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KIA는 15일 이후로는 최희섭 사태를 적극적으로 주도해나갔다. '제한선수'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이 시점부터였다.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했던 최희섭에게는 자칫 선수 생활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올 수 밖에 없었다.

KIA 구단으로서는 일단 최희섭 사태의 결말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향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최희섭을 어떻게 팀에 융화시킬 지는 또 하나의 숙제로 남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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