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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팬들을 위한 야구'가 화두였다.
"내 30년 롯데팬 했는데, 인자 NC 응원할랍니다."
한 50대 남성팬이 취재진과 대화중인 김경문 감독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악수를 요청했다. 김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팬과 한동안 대화를 나눈 그는 "처음엔 이렇게 인사하시는 게 적응이 안됐다. 중학교 동창인가 싶어 한동안 머뭇거리기도 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마산구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층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구단에서 잡은 집을 보자 김 감독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야구장은 물론, 날씨가 좋을 땐 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경치 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의 관심도 놀라웠다.
이사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중년여성은 "이사왔습니꺼? 야구감독이랑 참 많이 닮았네예"라고 하자 김 감독은 "네, 많이 닮았죠"라며 웃으며 넘어가려 했다. 그때 옆에 있던 60대 여성이 "아이고, 야구감독 맞네"라고 해 엘리베이터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한창 짐을 나르고 있을 땐 한 남성이 "옆집에 사는데 경치 좀 보러왔소"라며 불쑥 들어왔다. 그는 집을 둘러보다 김 감독과 눈이 마주치고는 "이기 누굽니꺼. 감독이 이사를 오셨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 감독은 "지역 주민들께서 스스럼없이 다가오셔서 너무 좋다"며 "적응이 되서인지 이젠 나도 자연스럽다. 야구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김경문표' 팬들을 위한 야구. 그 시작은 사인?
김 감독은 시무식 때부터 '팬들을 위한 야구'를 강조했다. 그는 선수단에게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해라. 팬이 없는 팀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 팬의 사랑을 받으면서 야구를 해야 야구가 더 재밌다"고 당부했다.
이색적으로 '사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어린이부터 젊은 여성팬, 중년팬들까지 가리지말고, 팬들이 사인을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 사인을 해줄 수 있는 준비를 해라. 사인도 그냥 하지 말고, 좋은 사인을 만들어서 성의있게 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선수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보였다.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이 지나가자 20대 여성팬들이 조심스레 사인을 부탁했다. 김 감독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정성스레 사인을 해줬다. 팬들이 추가로 친구들의 사인까지 부탁하자 "남자친구 줄려고?"라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야구장에 친구나 애인, 가족을 함께 데려오면서 관중이 2배, 4배 늘어나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사인 한장은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는 그 의미가 크다. 사인을 받기 위해 3~4시간씩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특히 어린이팬들은 그 기억이 평생 지속된다"고 했다. 또한 야구에 목말라 있는 창원팬을 NC의 품에 안기 위해서는 이러한 친근감 전략이 필수라는 생각이었다. 김 감독은 14일에는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에서 전준호 코치, 나성범과 함께 대대적인 팬사인회에 나선다.
시원시원한 경상도 팬들의 바람을 아는 것일까. 김 감독은 점수가 많이 나야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즐겁지 않겠냐는 소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팬들 입장에서는 시원하게 점수가 나는 경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나 역시도 1점차 경기는 정말 괴롭다. 7,8,9회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