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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유일한 위안거리다.
리즈와 주키치는 모처럼 LG의 '용병 잔혹사'를 끊어낸 주인공이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98년 이후 LG에서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투수는 3명에 불과했다. 2000년 해리거가 17승, 2001년 발데스가 10승, 2008년 옥스프링이 10승을 거둔 게 전부다. 타구단이 믿음직스러운 용병 투수를 앞세워 고공행진을 할 때 LG는 용병으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리즈는 올시즌 30경기(28경기 선발)에 등판해 11승13패 방어율 3.88을 기록했다. 160㎞에 달하는 강속구에 낙차 큰 슬러브로 인상적인 한국무대 데뷔 시즌을 보냈다. 주키치는 32경기(31경기 선발)서 10승8패 1세이브에 방어율 3.60을 기록했다. 8개 구단 투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187⅔이닝을 소화해냈다. 주키치는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컷패스트볼로 땅볼 유도 능력이 탁월하다. 결정구로 꼽을 만한 공이 없을 만큼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팔색조 투수다.
게다가 배우는 자세까지 갖추고 있다. 보통의 용병들은 한국야구를 한단계 아래로 보고,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귀기울이지 않는 일이 많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리즈는 고교 때 야구를 처음 시작해서인지 투구폼부터 변화구 그립까지 LG 코칭스태프에게 가능한 모든 걸 배우려고 했다. 주키치 역시 스프링캠프 때 배운 서클체인지업으로 시즌 내내 재미를 봤다. LG는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둘에게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리즈와 주키치는 내년에도 선발로 나설 계획이다. 둘만한 원투펀치가 없기 때문. 올시즌 중에도 제기됐던 리즈의 마무리 전환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박현준을 비롯해 확실한 선발투수인 리즈가 뒷문으로 이동했을 때 나타날 공백도 크기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