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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시즌을 마친 뒤 무적 선수가 된 두 노장은 의기투합했다. 현역 생활을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결의였다. 11월 초 짐을 싸 제주도 함덕으로 내려왔다. 추위가 덜한 곳이라 체력과 피칭 훈련이 가능한 장소였다. 기약 없는 재도전. 외로운 싸움이지만 함께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벌써 한달이 훌쩍 넘은 시점.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
두 노장의 유니폼을 벗긴 주범은 부상이었다. 손민한은 2009년 오른쪽 오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1군 복귀를 꿈꿨지만 통증 재발이 발목을 잡았다. 최향남은 팔꿈치가 아팠다. 지난 6월 수술과 재활의 기로에서 고민하다 재활로 가닥을 잡았다. 기적처럼 두 선수의 팔은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백전노장. 이들이 외롭게 백사장을 뛰는 이유는 결코 돈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마운드 위에 다시 당당하게 서겠다는 의지이자 도전의 의미다.
"안락하게 살려고 하면 한이 없다. 마운드에 오를수록 얻어지는 것이 참 많고 그때마다 새롭다. 서른여덟 마운드에 오를 때 전부인 줄 알았던 것이 마흔살 때 또 다른 배움을 얻게 된다."
불혹의 최향남이 담담하게 털어놓는 또다른 도전의 이유. 손민한과 최향남은 올해 말까지 제주도에 머물며 부활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점에는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이다. 그들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