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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속상했지만 성장이라 생각한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1-16 10:06


삼성 최형우가 지난 7일 열린 정규시즌 MVP 투표 및 부문별 시상식에서 타자 3관왕 트로피를 안고 KBO 구본능 총재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최고의 한시즌을 보낸 삼성 최형우가 이를 악물었다. 정규시즌 MVP 투표와 관련해 어지러웠던 심경도 밝혔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훈련중인 최형우는 15일 "다음 기회에는 더 좋은 성적으로 MVP 투표에서 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반드시 그러고 싶다. 올 한해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정규시즌 MVP를 가리는 기자단 투표에서 최형우는 8표로 3위에 그쳤다. KIA 윤석민이 총 91표 가운데 62표를 얻으면서 MVP가 됐다. 삼성 오승환이 19표로 2위였고 최형우가 그 다음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MVP 투표였다. 투표를 앞두고 오승환이 "최형우를 밀어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후 본의아니게 최형우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최형우는 30홈런, 118타점, 장타율 6할1푼7리로 3관왕을 차지했다. 훌륭한 성적이었지만 윤석민이 20년만의 투수 4관왕이라 최형우가 MVP를 수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건 오승환의 순수한 의도였다.

최형우는 당초 기대에 비해 오히려 표를 적게 받았다. 직접 투표를 하는 취재진 사이에선 "오승환과 최형우가 MVP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지만 당초 둘에게 갔을만한 표 일부가 윤석민에게 옮겨간 것 같다"는 해설이 나오기도 했다.

최형우는 "솔직히 MVP 투표 이후 섭섭한 마음이 없었다면 그게 거짓말이다.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원래부터 MVP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표만 받았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8표에 그치면서 생중계 되는 투표 현장에서 내 표정관리가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 신인으로 출발한 최형우는 방출을 경험한 사상 첫 홈런왕이 됐다. 올시즌을 치르면서 '최형우는 근래 몇년간 프로야구에서 가장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 타자'라는 평가도 들었다. 어려움을 많이 겪은 과거 덕분인지 최형우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도 겸손했고 야구장에선 늘 웃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번 해프닝 속에서 다소 욕심을 낸 것처럼 외부에 비쳐진 게 그로선 속상한 일이었다.

최형우는 "반드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그래서 또한번의 MVP 후보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표가 많이 올 수 있는 성적을 내겠다. 나는 계속 성장하고 싶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삼성에서 후보가 두명 나오는 바람에 정규시즌 막판부터 '후보 단일화' 얘기가 농담으로 자주 나왔고, 본의아니게 최형우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최형우는 "좋은 일이 많았던 한해였다. 또 많은 일들을 겪었다. 지나간 일을 잊고 열심히 하겠다"면서 배트를 챙겨 그라운드로 나갔다.


오키나와=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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