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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과 이승엽이 돌아온다. 당장 내년시즌부터 국내 무대에서 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는 장면이다.
현재 기준, 김태균의 우위
객관적 사실로만 평가해 보자. 우선 나이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김태균은 29세다. 이승엽은 35세다. 김태균은 이제 한창 때고, 이승엽은 하락세의 나이다. 일단 파워와 순발력에서 김태균이 낫다고 봐야 한다.
반면 지금 이승엽의 스윙은 조금 돌아나오는 느낌이 있다. 타격시 배트가 약간 처지면서 나오는 탓에 공을 맞힐 때까지의 시간이 김태균보다 많이 걸린다. 따라서 스윙의 시작이 조금 빠를 수 밖에 없다. 공을 볼수 있는 여유가 적어지니, 몸쪽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생긴다. 공이 변화하기 전에 판단을 해야하는 탓이다.
이처럼 나이와 메커니즘만 본다면 김태균의 미세한 우위라고 볼 수 있다.
경험과 노하우, 이승엽의 우위
관점을 바꾸어 보자. 지난 성적을 넣고 이야기해 보자.
김태균은 국내에서의 최다홈런이 31개다. 2008년과 2003년에 기록했다. 이승엽은 56홈런까지 쳤다. 97년 이후 2003년까지 매시즌 32홈런 이상을 쳤다. 홈런의 노하우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김태균은 일본진출 첫 해인 작년의 2할6푼8리, 21홈런, 92타점이 최고성적이다.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 시절 3할2푼3리, 41홈런, 108타점을 올렸었다.
물론 오래전의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배트 컨트롤과 노림수, 경험에 관한한 이승엽이 한 수 위인건 확실하다.
이와함께 이승엽의 약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과 한국의 투수를 비교한다면, 아직은 정교함에서 차이가 난다. 일본 투수들은 이승엽의 약점인 몸쪽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몸쪽 승부를 잘못했다가는 곧바로 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의 약점이 국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
이승엽이 일본에서 부진할 때 항상 나오는 소리가 있었다. 벤치에서 믿고 내보내만 준다면 기대만큼 할 것이라고. 결국 벤치 불신에 대한 부담이 타격 밸런스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맞는 이야기다. 그동안 이승엽은 부진하다가도 늘 결정적일 때 해줬다. 출전기회만 보장된다면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김태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담에 대한 해방감은 이승엽이 더 클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국내복귀에 대한 이득은 이승엽이 더 많다.
여기에 앞뒤를 받쳐줄 동료들의 지원도 차이가 있다. 삼성과 계약한다면, 이승엽은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김태균이 한화로 복귀한다면, 장성호 최진행과 라인을 이루게 된다. 아무래도 삼성쪽 중심포가 힘이 더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주위의 조건은 이승엽이 좀 더 유리하다.
결론과 예상성적은
종합을 해보자. 지금, 앞에 놓인 상황만 본다면 김태균이 낫다. 하지만 주변환경과 경험 등에서는 이승엽이 우위다. 즉 이승엽이 전성기를 지났지만, 김태균과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둘은 내년시즌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까.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홈런수는 김태균 30개 이상, 이승엽은 25개 이상이다. 그런데 이 차이가 우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둘과 함께 했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은 "현재만 놓고 보면 김태균이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둘의 차이는 거의 없다. 국내에 돌아오면 이승엽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홈런수에서는 아무래도 좁은 대전구장을 쓸 가능성이 있는 김태균이 유리하지 않을까 본다"고 설명했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