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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윤석민 "나와 경쟁한 후보들, 우리 모두가 MVP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1-07 16:46


2011 프로야구 MVP와 최우수 신인선수 시상식이 7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2011 프로야구 MVP로 선정된 KIA 윤석민이 트로피에 키스를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1.07/

"끝까지 경쟁해 준 오승환 최형우에게 고맙다. 우리 모두가 MVP다!"

공개 석상에서는 처음이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KIA 윤석민의 눈시울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생애 첫 MVP의 감격 덕분이었다. 윤석민은 생애 최고의 순간에 부모님과 조범현 전 감독 및 팀 동료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끝까지 MVP경쟁에서 맞붙었던 오승환과 최형우(이상 삼성)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KIA 윤석민이 2011년 프로야구 최우수선수의 영광을 안았다. 윤석민은 7일 오후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신인선수 선정 투표 및 부문별 시상식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MVP에 뽑혔다. 윤석민은 트로피와 3000만원 상당의 승용차 K7을 부상으로 받았다.

이날 기자단의 총 유효투표수 91표 중 윤석민에게 몰린 표는 62표. 68%의 득표율을 기록한 윤석민은 오승환(19표)과 최형우(8표), 이대호(2표)등 경쟁상대를 여유있게 제치고 당당히 MVP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개표가 이뤄지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윤석민은 막상 수상자로 선정돼 단상에 오르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윤석민이 이처럼 눈물을 흘린 것은 그간의 마음고생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극심한 부진과 돌발행동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작년에 성적 안좋았고, 또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바람에 '야구와 나는 인연이 아니다'라는 슬픈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올해 이렇게 좋은 자리에 와서 이름이 계속 불려지고 보니 감정이 북받쳤다"고 눈물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에는 비록 최악의 시즌이었지만, 올해의 윤석민은 생애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다승(17승)과 방어율(2.45) 탈삼진(178개) 승률(0.773)등 투수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지난 91년 선동열 KIA 감독이 해태 선수시절 달성한 이래 20년만에 나온 투수 4관왕의 대기록이었다. 때문에 윤석민의 MVP를 낙관한 시선이 많았다. 윤석민 역시 "시즌을 막 마쳤을 때는 (MVP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다소 불안해지기도 했다. 오늘 시상식장에 오기 전에는 다시 자신이 생겼다"고 심경 변화과정을 밝히기도 했다.

윤석민의 자신감은 압도적인 득표에 의해 현실이 됐다. 이 과정에도 변수가 있었다. MVP 후보에 오른 삼성 오승환이 팀동료이자 MVP 경쟁자인 최형우를 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발언이었지만 어쨌든 논란이 됐다. 또한 이같은 발언이 실제 투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지 관심이 모아졌다. 오승환의 발언으로 인해 윤석민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민은 이에 대해서도 "승환이 형이 좋은 의도로 한 말이 다소 와전이 되는 과정을 보며 나도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래서 수상 소감으로 후보들에게 모두 '우리 모두가 MVP다'라고 말하려 했는데, 미처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서 윤석민은 7시즌을 채워 포스팅시스템으로 해외무대에 진출할 권한을 얻었다. MVP수상 직후, 미국에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윤석민은 침착하게 "현재 내 꿈과 목표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비록 실현 가능성 높지 않지만, 어디든 현재 위치에서 최선 다하겠다. KIA에 애정이 깊은 만큼 팀에 상처를 주면서 가고 싶지는 않다. 상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오신 선동열 감독님은 내 이전에 투수 4관왕을 하셨던 레전드다. 감독님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내년 시즌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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