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를 둘러싸고 묘한 시선들이 공존하고 있다.
팬들은 원한다
일단 야구팬들은 거의 대부분이 박찬호가 당장 내년부터 국내 마운드에 서는 걸 원하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규약상 박찬호는 내년 8월의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고 2013년부터 뛸 수 있다. 하지만 내년이면 마흔살이 되는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당장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내년 개막부터 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실은 폭탄 돌리기?
현재 박찬호를 둘러싼 국내 프로야구 주체들의 움직임이 다소 애매하다. 한화는 박찬호와 관련된 특별법 제정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로 인해 내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이 상실되는 걸 원치 않는다. 다른 구단들은 한화가 박찬호를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입장이다. KBO는 구단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일 각 구단 단장 모임인 KBO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박찬호가 국내에서 뛰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두루뭉술한 결론이 도출됐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단장들과 연락을 취해보면 대부분 "한 선수만을 위한 특별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지금 각 주체들은 '박찬호라는 폭탄'을 손에 들고 옆사람에게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회피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박찬호의 한국행에 '딴지 거는' 쪽으로 낙인찍히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은퇴가 최선이다
박찬호를 아끼는 감독급 이상의 몇몇 야구인들은 "찬호가 한국에서 굳이 뛰어야할까. 그냥 지금 그대로 은퇴하는 게 전설로 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박찬호가 한국에 들어와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해외파 개척자이자 아시아 최고투수로서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유니폼을 벗는 게 낫다는 의미다.
한편으론 박찬호가 한국에 와서 부진할 경우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 100년사에 큰 업적을 남긴 박찬호가 이미지에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2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갔던 박찬호가 국내 구단의 선후배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번 보고 말하자
30대 중후반의 베테랑선수 및 코치급 야구인들은 박찬호에 대해 다소 미묘한 감정도 드러냈다. "진정 한국에서 뛰고 싶었다면 작년에 일본으로 가지 말고 한국행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야구인도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박찬호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우선 아닐까. 한국프로야구가 지금 박찬호를 '모셔와야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박찬호가 당장 내년부터 국내에서 뛰기를 원하는 젊은 야구인들도 있다. 지방 구단의 모 코치는 "박찬호가 뛰는 걸 진짜 한번 봤으면 한다. 만약 박찬호가 잘 던지면 한국프로야구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흥행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박찬호가 활약하는 게 쉽지 않을 만큼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쌓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선수 한명을 놓고 이처럼 다양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건 다름아닌 박찬호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최고의 이슈가 될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