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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논란, 야구인들의 다양한 시선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1-03 12:52


박찬호를 바라보는 국내 야구인들의 시선도 다양하게 갈리고 있다. 박찬호가 지난해 연말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박찬호를 둘러싸고 묘한 시선들이 공존하고 있다.

지난 한국시리즈때 박찬호가 인천 문학구장에 나타난 뒤 그의 거취 문제가 다시한번 오프시즌 화두로 떠올랐다. 그날 박찬호의 행보는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길을 마련해달라'는 의도를 내포하는 듯 보였다. 박찬호가 의도했든 아니든, 그의 갑작스런 출현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후 '박찬호가 내년부터 한국에서 뛸 수 있게 하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편 현장에서 일하는 야구인들은 또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그들 안에서도 시선은 조금씩 달라진다. 워낙 거물 선수인데다, 한국프로야구의 규약과 관련된 역사적인 배경까지 갖고 있는 박찬호이다 보니 야구인들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팬들은 원한다

일단 야구팬들은 거의 대부분이 박찬호가 당장 내년부터 국내 마운드에 서는 걸 원하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규약상 박찬호는 내년 8월의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고 2013년부터 뛸 수 있다. 하지만 내년이면 마흔살이 되는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당장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내년 개막부터 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재 20~30대 대부분이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시절을 바라보며 야구에 흥미를 붙인 세대다. 40대까지도 확장된다. 팬들은 박찬호 덕분에 메이저리그 야구장이 얼마나 깔끔하고 멋진 모습인지를 알게 됐다. LA 다저스가 '한국 대표팀' 같은 의미를 지닌 적도 있다. 유니폼넘버 61번이 숫자 이상의 큰 의미를 얻게 됐다. 10여년전 얘기지만 박찬호가 거구의 강타자들을 멋진 슬러브로 솎아낼 때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분명 야구팬들은 그때를 잊지 못한다. 박찬호가 국내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고싶어하는 건 당연하다.

현실은 폭탄 돌리기?

현재 박찬호를 둘러싼 국내 프로야구 주체들의 움직임이 다소 애매하다. 한화는 박찬호와 관련된 특별법 제정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로 인해 내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이 상실되는 걸 원치 않는다. 다른 구단들은 한화가 박찬호를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입장이다. KBO는 구단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일 각 구단 단장 모임인 KBO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박찬호가 국내에서 뛰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두루뭉술한 결론이 도출됐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단장들과 연락을 취해보면 대부분 "한 선수만을 위한 특별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지금 각 주체들은 '박찬호라는 폭탄'을 손에 들고 옆사람에게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회피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박찬호의 한국행에 '딴지 거는' 쪽으로 낙인찍히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은퇴가 최선이다

박찬호를 아끼는 감독급 이상의 몇몇 야구인들은 "찬호가 한국에서 굳이 뛰어야할까. 그냥 지금 그대로 은퇴하는 게 전설로 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박찬호가 한국에 들어와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해외파 개척자이자 아시아 최고투수로서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유니폼을 벗는 게 낫다는 의미다.

한편으론 박찬호가 한국에 와서 부진할 경우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 100년사에 큰 업적을 남긴 박찬호가 이미지에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2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갔던 박찬호가 국내 구단의 선후배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번 보고 말하자

30대 중후반의 베테랑선수 및 코치급 야구인들은 박찬호에 대해 다소 미묘한 감정도 드러냈다. "진정 한국에서 뛰고 싶었다면 작년에 일본으로 가지 말고 한국행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야구인도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박찬호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우선 아닐까. 한국프로야구가 지금 박찬호를 '모셔와야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박찬호가 당장 내년부터 국내에서 뛰기를 원하는 젊은 야구인들도 있다. 지방 구단의 모 코치는 "박찬호가 뛰는 걸 진짜 한번 봤으면 한다. 만약 박찬호가 잘 던지면 한국프로야구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흥행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박찬호가 활약하는 게 쉽지 않을 만큼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쌓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선수 한명을 놓고 이처럼 다양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건 다름아닌 박찬호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최고의 이슈가 될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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