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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헐크'의 시대가 열렸다. SK의 야구는 또 어떻게 진화할까.
이만수, 조직의 힘을 얻게 됐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감독 대행'과 '감독'의 위상차에 따른 구단 내외부의 역학관계 변화다. '감독 대행'은 말 그대로 감독이 해야할 일을 대신하는 역할일 뿐이다. 때문에 본인의 목소리나 요구사항을 내기 힘들었다. 부임 초기 이만수 감독이 힘들어했던 것은 바로 이런 점이었다. 가슴에 품은 계획과 희망을 밖으로 쉽게 표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늘 몸을 굽힐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 코칭스태프를 조직하기도 어려웠다.
메이저리그 스타일, '롱볼 야구' 더욱 강화된다
또 다른 변화는 SK가 8개 구단 중 가장 뚜렷한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롱볼 야구'를 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많은 작전과 한 타이밍 빠른 투수교체 등으로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몰볼'의 반대개념인 '롱볼'은 선발 투수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맡기고, 타자들에게는 번트 등의 작전지시를 최소화 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흔히 '빅볼'로 잘못 인식하고 있지만, '롱볼'이 보다 정확한 용어다.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같은 '통큰 야구'는 이만수 감독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부터 하고 싶어했던 스타일이다. 그러나 전임 김성근 감독은 데이터 야구와 스몰볼의 신봉자였다. 김 전 감독 아래에서 수석코치와 2군 감독을 하면서 이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야구를 펼칠 시기를 몹시도 기다려왔다. 실제로 2군 감독시절에는 롱볼 야구를 시행해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이 감독은 선발을 최대한 길게 끌고 나갔다. 타자들에게도 작전을 세밀하게 지시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에 맡겼다. 베이스상의 주자들에게는 늘 '그린라이트'를 부여해 알아서 뛰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이 감독은 SK를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끌어올린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얻은 자신감이 '감독'이라는 힘을 얻게 됐다. 내년에는 더 강화된 '롱볼 야구'가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