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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올해 한국시리즈는 '커브 시리즈'

박진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31 11:12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한가지 구종이 이슈가 되고 있다. 바로 커브다.

모든 타자들이 고전하고 있는 커브. 최근 일본에서는 커브를 주무기 삼는 투수가 흔치 않다. 반면 한국에서는 커브가 빛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는 "한국 타자들은 직구 타이밍에 맞춰서 강하게 치길 잘 합니다. 그러다 보니 커브에는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고, 커브 투수가 잘 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커브와 함께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은 구종으로는 직구 궤도로 오다가 타자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포크볼이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SK 엄정욱이나 윤희상 등 낙차 큰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있다. 그러나 선수나 코치들은 포크볼의 단점으로 "실투하면 장타를 맞을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한다. 반면 커브는 직구에 비해 구속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반발력이 낮아, 노리고 치지 않으면 장타의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삼성의 1, 3, 4차전 선발투수는 매티스, 저마노, 윤성환 등 커브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였다. 커브 비율은 매티스가 11.8%(59개 중 7개)로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저마노는 40%(80개 중 32개), 윤성환은31.6%(76개 중 24개)로 아주 높았다.

이 셋에 대해 오치아이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매티스와 저마노는 비슷한 타입이라 연속으로 등판시키면 타자의 눈이 커브에 익숙해져요. 그래서 2차전에는 장원삼을 등판시켰습니다. 단 커브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려면 윤성환보다 커브가 좋은 저마노를 3차전 대신 4차전으로 바꿀 수도 있었지요." 커브가 타자에 주는 의식이 투수 기용 순서에도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3차전에서 저마노가 맞은 홈런 2개는 모두 직구였다. 최동수의 홈런은 커브가 2개 연속으로 원바운드볼이 돼 풀카운트를 맞이한 최동수가 직구를 놓치지 않고 친 홈런이었다. 저마노는 커브의 제구가 잘 되면 무너질 가능성이 낮은 투수다. 2009년에 소프트뱅크에서 뛴 저마노는 커브에 대해 "나에게는 빠뜨릴 수 없는 주무기고 미국이나 일본에 있을 때 보다 지금은 커브를 더 많이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에도 커브를 많이 쓰는 투수가 있다. 1,2차전 중간으로 등판했고, 5차전의 선발투수인 고든이다. 그리고 송은범도 커브를 구사하는 투수다. 송은범은 2008년 재팬시리즈 MVP 기시 다카유키(세이부)의 커브에 대해 전 동료였던 카도쿠라 켄과 많은 의견을 나눴다. 카도쿠라도 올해초의 스프링캠프에서 커브 습득을 위해 많이 연습했다. 지금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커브가 쓸만한 구종이 되고 있다.

커브 투수가 활약하고 타자는 커브를 치지 못해 고심하는 소위 '커브 시리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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