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불안했던 SK, 더 불안했던 삼성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10-28 20:46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채태인이 3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1.10.28/

심리스포츠인 야구에서 '불안'은 적이다. 떨치지 못하면 지는거다.

1,2차전을 내리 패하며 벼랑 끝에 선 SK 선수들. 3차전은 사실상 반전의 마지막 기회였다. 불안이 왜 없으랴. 하지만 시리즈 역전 우승 경험이 많은 SK 선수들은 3차전을 앞두고 애써 덕아웃을 긍정 분위기로 몰고갔다. "이제 두번 졌을 뿐"이라던가 "우리도 못 치지만 저쪽도 정말 못친다"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2연승으로 우위를 점한 삼성 역시 마냥 편할 수만도 없었다. 2007년 두산에 2연패 후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바로 그 팀, SK와의 맞대결. 지난해 한국시리즈 4연패의 참혹한 기억도 100% 지워내지 못했다. SK에 비해 큰 경기 경험도 부족한 젊은 선수들의 팀이 삼성이다. 삼성의 불안은 내친 김에 3차전까지 이겨버려야 비로서 해소될 성질을 내포하고 있었다.

시리즈 향방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했던 3차전. 화두는 '불안 극복 시리즈'였다. 그런 면에서 3차전의 선취점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선취점 싸움만을 놓고봤을 때 심리적으로 더 불안했던 건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삼성 선수들이었다.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만루에서 삼성 채태인이 SK 송은범의 7구째 152㎞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0.28/
너무나도 신중했던 채태인의 스윙

야구에도 '머피의 법칙'이 있다.

마음과 반대의 현실. 슬럼프에 빠진 타자가 꼭 그렇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져 있는 타자들은 '제발 찬스가 나한테 걸리지 말아라'하는 속으로 기원하는 기피 심리가 있다. 그 '불안의 늪' 속에 채태인이 있었다.

0-0이던 3회초였다. 삼성은 1사후 선취점을 올릴 빅찬스를 잡았다. 김상수와 배영섭의 연속 안타로 이룬 1,3루. 1루주자 배영섭의 도루성공으로 2,3루에서 박한이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1사 만루 찬스. 1,2차전 7타수1안타(0.143)로 부직했던 채태인에게는 짜릿함보다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였을까. 채태인은 지나치게 신중했다. 스스로 해결하려기보다는 찬스를 4번 최형우에게 연결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배트를 선뜻 내밀지 못했다. 볼 2개를 고른뒤 직구 스트라이크. 볼카운트 1-2의 배팅 찬스에서 SK 포수 정상호는 투수 송은범에게 몸쪽 직구를 요구했다. 하지만 공은 한 가운데로 몰렸다. 1루쪽 벤치까지 섬짓했을 순간, 하지만 채태인의 방망이는 꿈쩍도 안했다. 변화구 노림수보다는 밀어내기 볼넷을 향한 회피 심리가 살짝 더 커 보였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스윙도 실종됐다. 신중하게 승부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신감 결여의 징후였다. 6구째 바깥쪽 149㎞ 직구를 부리나케 커트해내기 바빴다. 타자의 모습을 꼼꼼하게 살피던 SK 포수 정상호가 이런 모습을 놓칠리 없었다. 볼카운트 2-2. 자신 없는 타자에게 가장 무서운 공은 빠른 직구다. 판단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SK 배터리의 7구째 승부구는 어김 없이 직구였다. 이날 최고 기록인 152㎞의 빠른 공을 바깥쪽에 꽂아넣었다. 확신없는 채태인의 스윙은 공이 거의 미트에 도달한 뒤 이뤄졌다. 불안에 사로잡힌 신중함의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란 쓰린 결과를 낳았다.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4회초 무사 1,2루 신명철 타석서 2루주자 박석민이 3루 도루에 실패하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1.10.28/
박석민, 떨치지 못한 느린 발의 불안감

삼성 박석민은 이날 경기전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프리배팅을 했다. 통상 대타요원의 훈련 시간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 1,2차전 6타수1안타(0.167)의 부진을 떨치고자 하는 의지가 또렷해 보였다. 훈련 덕분이었을까. 박석민은 첫 타석에서 파울 홈런을 날리며 회복의 조짐을 보이더니 6회에는 시리즈 첫 장타인 우월 2루타를 날렸다. 원래 잘 하던 분야인 타격인지라 훈련을 통한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분야가 있었다. 주루였다. 타고난 느린 발이 박석민표 불안의 원천이었다.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으로 출루한 박석민은 후속 강봉규의 볼넷으로 2루에 안착했다. 무사 1,2루. SK를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뜨릴 있는 선취점을 향한 삼성의 두번째 빅 찬스였다.

하지만 2루주자 박석민의 느린 발이 아쉬운 결과를 불렀다. 번트 타구가 조금만 야수 정면으로 치우치면 자칫 3루에서 포스아웃될 상황. 이 상황을 박석민이 너무 의식했다. 최대한 3루쪽으로 깊숙하게 스킵동작을 가져간 것까지는 좋았다. 초구 번트시도에 실패한 신명철은 2루째 바깥쪽 슬라이더에 번트를 대려다 볼이 바깥으로 흘러나가자 마지막 순간 배트를 거둬들였다. 하지만 번트를 댈거라 미리 판단한 박석민의 몸은 이미 3루쪽으로 향해 있었다. 2루로 귀루할 시간을 미처 확보하지 못했다. 포수 정상호가 빠르게 2루로 송구했고 3루로 냅다 달린 박석민은 태그아웃. 송은범의 슬라이더에 타자 대신 주자가 속은 셈이었다.

두번째 빅찬스마저 무산되자 선취점의 행운은 SK로 넘어갔다. 4회말 1사후 터진 박재상의 솔로홈런은 이날 SK가 터뜨린 첫 안타였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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