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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150km. 오승환과 한기주 공이 다른 이유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1-10-27 14:49


26일 대구구장에서 2011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와 삼성의 2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 삼성 오승환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삼성 오승환의 진가가 한국시리즈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한국시리즈 1,2차전에 모두 등판한 오승환은 3⅓이닝을 던져 1안타 무실점, 2세이브를 기록했다. 10명의 타자를 상대로 6개의 삼진을 잡았다. 25일 1차전에선 2-0으로 앞선 8회 2사 1루, 26일 2차전에선 2-1로 앞선 8회 무사 1, 2루에서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켜냈다. '끝판대장'의 위용을 제대로 뽐냈다. 최대 무기는 역시 '돌직구'였다. 알고도 못 친다는 오승환의 직구는 도대체 어떤 공일까.

한기주와는 다른 직구

빠르기로 치면 오승환에 맞먹을 수 있는 마무리투수가 KIA 한기주다. 그래서 한기주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한기주도 손쉽게 150km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한기주의 직구는 타자들이 오승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워한다. 가장 큰 이유는 볼 끝이다. 타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한기주의 공이 '슈웅'하고 들어온다면, 오승환의 공은 '훅'하고 들어온다고 한다. 쉽게 말해 한기주의 공끝은 밋밋해 보이는 반면 오승환의 공은 손 끝을 떠나 포수 미트 앞에서 다시 한번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초속과 중속의 스피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오승환의 경우 초속 150km로 출발한 공이 중속에선 141km까지 찍힌다. 초속과 중속의 차이가 10km 안쪽이다. 하지만 한기주는 초속이 150km이면 중속은 135km까지 떨어진다. 이 처럼 오승환의 직구는 초속과 중속의 스피드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 스피드가 빠를 수 밖에 없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프로야구 통산 가장 빠른 160km를 찍었던 LG 외국인 투수 리즈의 직구도 타자들이 맞혀냈다. 이유는 역시 초속과 중속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타자들은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도 타이밍을 잡으면 쳐 낼 수 있다. 하지만 오승환의 볼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다시 떠오르기 때문에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템포 죽이는 독특한 투구폼


타자들은 150km로 날아오는 공을 눈으로 보고 때려내기는 힘들다. 오랜 훈련으로 투수의 투구폼에 맞춰 타이밍을 잡는다. 예를 들면 와인드업을 시작할때 '하나'를 세고, 그 다음에 '둘, 셋' 하면서 스윙을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오승환의 투구폼은 타이밍을 잡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독특한 키킹 동작을 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디딤발인 왼발을 내딛을 때 짧게 땅을 한번 밟고 다시 스트라이드를 한다. 이중 동작 논란이 있었지만 이 동작은 어느 순간에도 똑같이 하기 때문에 심판들이 일관성 있는 투구폼의 일부분으로 인정했다. 타자들 입장에선 엇박자처럼 느껴지는 이 키킹 동작으로 인해 타이밍 싸움에서 번번이 낭패를 본다.

타자들의 위축된 심리

오승환의 공을 타석에서 경험했던 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더욱 위축된다. 게다가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다. 마주치는 빈도가 적다 보니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다. 여기에 강속구를 뿌려대니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80% 이상 차지한다고 본다"며 "타자가 일단 심리적으로 기가 꺾인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투수를 이겨내기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오승환 공략법은 지구상에 없는 것일까. LG 전력분석팀 김준기 과장은 "오승환의 공을 때려내기 위해선 여러가지를 생각하면 안된다. 최대한 단순화시켜 생각해야 한다. 오승환의 직구 비율을 살펴보면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바깥쪽이 빈도가 높다. 타자는 홈플레이트를 반으로 나눠 몸쪽 공은 버리고 바깥쪽만 가볍게 밀어댄다는 생각으로 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의 스윙 궤도대로 스윙을 한 뒤에 그 궤도에 맞기를 기다려야 한다"며 "26일 2차전에서 최동수가 안타를 때려 낸 것도 바깥쪽 직구를 히팅 포인트 앞쪽에 맞춰놓고 결대로 휘둘러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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