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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놓치고 싶어서 놓쳤겠어요."
1사 만루 추가 실점의 위기였다. 이때 신명철의 타구가 높이 떴다. 내야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정근우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포구 과정에서 공을 놓쳤다. 당황한 건 오히려 삼성 주자들이었다. 정근우는 공을 잡고 곧바로 홈으로 뿌렸다. 공은 박정권의 손을 한번 거쳐 포수 정상호에게 정확히 전달됐다. 3루 주자 최형우는 홈에서 아웃됐다. 재빠른 대처로 실점을 막아냈다. 이때 타자 신명철은 아웃인 줄 알고 1루까지 뛰지도 않았다. 삼성 선수들의 혼을 쏙 빼놓은 플레이였다. 너무나 정확했기에 '고의 낙구'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였다.
하지만 당사자는 손사래를 쳤다. 정근우는 "날 너무 과대 평가하는 것 같다. 당연히 실수다. 다들 고의 아니냐고 하는데 내가 놓치고 싶어서 놓쳤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플레이에 아쉬움이 남는 모습이었다. 그는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이 안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빠르게 홈으로 던졌다. 송구도 정확했다"며 "그런데 정권이형이 송구를 커트했다. 물론 보다 정확하게 잡기 위해 커트했겠지만 그대로 갔어도 아웃이었다."고 말했다. 곧이어 "상호도 아쉽다고 하더라. 진만이형이 그때 1루 커버에 들어갔다. 타자가 안 뛰었기에 병살도 될 수 있었다"며 입맛을 다셨다.
설명을 마친 정근우는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 정권이형이 형우를 잡고 싶었나보다. 본인이 자꾸 형우한테 밀리니까 그렇게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정권이형이 형우를 제일 잘 아니까, 다 이해한다"고 말해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근우는 1차전에서 패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가 1차전에서 하루 이틀 져보나. 삼성 투수들 볼이 좋긴 좋다. 하지만 사람의 눈은 적응이 빠르다"며 "어제 삼성의 가장 좋은 모습을 봐으니 오히려 우리에겐 잘 됐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