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났다. 이번에는 복수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김성근 전 감독이 이끄는 SK를 만나 4전 전패로 준우승에 머문 아픔이 깊다. 2000년대 들어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2, 2005, 2006)을 거두며 최강의 팀으로 재탄생한 삼성이 이처럼 허무하게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적은 그간 없었다. 때문에 선수단과 대구 홈팬, 그리고 모그룹의 충격은 매우 컸다.
후폭풍은 거세게 들이닥쳤다. 팀에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긴 데다 향후 5년간의 계약이 보장돼 있었던 선동열 전 감독이 급작스럽게 경질됐다. 후임은 작전 및 주루부문을 맡았던 류중일 코치였다. 모그룹이 대구 지역 출신 '적통' 류중일 감독에게 삼성의 새 지휘봉을 맡긴 가장 큰 이유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전혀 강팀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한 채 허무하게 패했다는 것 때문이다.
SK, '지난해 상처뿐인 영광, 올해는 찬란한 기쁨으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도 SK는 데미지를 입었다. 그래서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우선 '에이스' 김광현이 우승 후유증으로 쓰러졌다. 우승 후 피로감과 긴장의 지나친 이완이 겹치며 뇌졸중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SK는 젊은 선수의 미래를 우려해 자세한 병명은 함구한 채 안면마비 증상이라고만 발표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뇌졸중으로 인해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을 크게 잃고 말았다. 올해 긴 재활을 통해 포스트시즌 무대에 돌아왔지만, 과거의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김성근 전임 감독도 더 한층 권위적으로 변모하게 됐다. SK 부임 후 세 번째(2007, 2008, 2010) 우승을 거두면서 구단에 대한 요구 사항이 많아졌고, 구단은 구단대로 그런 김 전 감독을 부담스러워했다. 이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김 전 감독과 구단은 대립각을 세웠고, 결국 지난 8월에 결별의 수순을 밟고 말았다.
이후 SK는 긴급히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다행히 이 감독은 정규리그를 무사히 마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팀을 올려놨다. 초임 감독 치고는 좋은 지도력을 보인 것. 이에 맞서는 삼성 류중일 감독도 '초보 감독'이다. 지난해 거물 전임 감독들의 대결을 수행한 새 감독들의 '복수혈전'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