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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우람 책임감의 원천, '아들을 위하여!'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18 11:53


16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2011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SK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SK 정우람이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1.10.16.

"잘 해야만 합니다. 아들이 보고 있는걸요."

뽀얀 피부에 마치 소년같은 장난끼가 아직은 남아있는 얼굴. 그러나 SK의 필승계투 정우람은 어엿한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치른 뒤 첫 아들 '대한'이를 얻었다. 자신이 직접 '대한'이라고 이름붙인 첫 아이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정우람의 호투 비결 중 하나다.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뒷문을 맡게됐지만, 이 부담감을 '대한'이의 이름으로 이겨내고 있다.

정우람은 지난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6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의 초특급 위기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조금 깊숙한 내야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 한 방이면 롯데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 위기에서 왼손투수 정우람을 팀의 6번째 투수로 호출했다.

시즌 때와는 조금 다른 기용법이다. 정우람은 지금껏 맨 뒤에 나오는 마무리 투수가 아니었다. 지난 5월18일 인천 롯데전에서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개인통산 100홀드를 기록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지금까지의 정우람은 마무리의 앞에 나오는 '필승 계투요원'이었다. 경기 리드를 잡을 경우 마무리 정대현의 앞에서 7, 8회쯤 등판했다. 빠르면 6회쯤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서는 약간 기용방식이 달라졌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0-1로 뒤지던 7회에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던질 때까지는 페넌트레이스와 비슷한 기용패턴이었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2-2로 맞서던 연장 10회초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나왔다. 정우람이 했던 역할은 박희수가 대신했고, 정우람은 정규시즌과 달리 정대현의 뒤에 나왔다. 결국 연장 11회말 이호준의 끝내기에 힘입어 정우람은 승리투수가 됐다.

이 기용방식이 성공을 거두자 이 감독은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정우람을 정대현-엄정욱의 뒤로 돌려 가장 마지막 투수로 썼다. 9회말 1사 만루의 대위기였지만, 정우람에게 믿음을 준 것. 결국 정우람은 손아섭을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고, 팀이 연장 10회초 결승점을 뽑은 뒤 7-6으로 앞선 10회말도 세 타자를 모두 내야땅볼 처리하며 또 다시 승리를 획득했다.

팀으로서는 이기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정우람은 이런 등판 패턴에 대해 사실 낯설어하고 있다. 17일 덕아웃에서 만난 정우람은 "시즌 때는 주로 대현이 형 앞에 나왔는데, 요즘에는 맨 뒤에 나오게 돼서 부담이 된다. 내가 무너지면 팀이 지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당연히 드는 생각일 수 있다. 그래도 정우람은 이런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승리를 위한 의지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아들이 보고 있다는 책임감이 큰 까닭이다. 정우람은 "마운드에 서면 우리 대한이가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당연히 잘 할 수 밖에 없다. 아들에게 약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수는 없다"고 했다. 그 순간, 정우람은 아버지의 책임감을 짊어진 완연한 사내의 존재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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