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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를 들 다음 감독은 누구일까.
박 감독 역시 '리빌딩 성공' 대신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즌 초 잘 나갔던 게 오히려 독이 됐을까. 개막 후 5016일 만에 1위를 맛보기도 했고, 6월 중순까지 단독 2위를 달리면서 9년 만의 4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박 감독은 이 자리를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9년 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LG. 10년째가 되는 내년 시즌에는 4강에 가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후임 감독 후보는 세 명으로 압축된다. 시즌 중반 2군 감독에서 수석코치로 보직을 옮긴 김기태 코치를 비롯해 선동열 삼성 운영위원,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이 후보다. 김 코치는 박 감독 선임 직후 2군 감독으로 영입됐고, 지난 7월31일 1군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내부 승격으로 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아울러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인데다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LG 선수들을 통솔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선동열 위원과 양상문 위원의 경우는 투수 출신으로 후보군에 올랐다. LG는 지난 2002년 김성근 감독 경질 이후 사령탑을 맡았던 이광환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모두 야수 출신 감독이었다. 특히 봉중근 외에 이렇다 할 투수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마운드가 약한 팀이라는 오명에 시달려야만 했다. 특히 신인드래프트 상위 순번에서 수준급 투수들을 지명했음에도 육성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은 투수 출신 감독에 대한 갈증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한편 구단은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된 김성근 전 SK 감독의 감독 내정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구단 측은 "향후 내부 검토를 통해 빠른 시일안에 후임 감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