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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전환테스트' 중인 KIA 한기주에게서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미해결 과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5이닝 7안타 1실점, 선발승)과 4일 광주 SK전(2이닝 1안타 무실점)에서의 한기주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마무리투수로 나왔을 때에 비해 이닝당 투구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9월29일 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져 이닝당 투구수 17.4개를 기록했던 한기주는 4일 경기에서는 2회까지 30개의 공을 던져 이닝당 투구수를 15개로 줄였다. 선발 테스트 이전 3경기에서 한기주는 1이닝씩 던졌는데, 평균 투구수는 약 23개였다.
이 차이는 결국 한기주가 보다 공격적인 투구패턴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두 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최고 구속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월29일에는 직구최고 구속 148㎞를 찍었는데, 4일에는 152㎞까지 나왔다. 그러면서도 컨트롤이 됐다. 볼넷이 3개(9월29일)에서 0개(4일)로 줄었다. 4일에는 3회초 선두타자 박정권에게 사구를 1개만 허용했을 뿐이다. 이 역시 물집이 잡힌 탓이었다.
미해결 과제 : 스태미너를 늘려라
4일 경기에서의 선발 한기주는 바로 이전 등판 때보다 더 자신감있게 타자와 싸웠다. 기록에 나온대로 구속도 더 나왔고, 제구력은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좋은 모습이 딱 2회까지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3회초 SK선두타자 박정권과 승부하던 중 오른손 중지에 하얗게 물집이 잡히면서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5이닝 이상은 소화해야 하는 선발로서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는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아주 오랜만에 공을 던질 때. 보통 투수들의 검지와 중지끝에는 단단한 굳은살이 있다. 엄청난 힘과 스피드로 공의 실밥을 채면서 생기는 마찰열 때문에 피부가 단련되기 때문. 하지만, 재활 등의 이유로 한동안 공을 던지지 않으면 이 부위가 약해진다. 그럴때 다시 이전처럼 공을 던지면 피부에 물집이 잡히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너무 컨디션이 좋을 때다. 이른 바 '공이 손에 좀 긁히는 날'이다. 이강철 코치는 "현역시절 경험에 비춰보면 공이 신기하게 잘 채일 때 물집이 많이 생겼다. 그만큼 공에 강한 스핀을 주기 때문이다. 88년 빙그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때 선동열 선배가 잘 던지다가 물집이 잡히는 바람에 나머지 경기에 못 나온 것도 그런 케이스였다"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한기주에게 생긴 물집은 긍정적인 신호다. 공을 잘 던지다보니 생긴 물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결국 시간을 두고 손가락 끝이 긴 투구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는 수 밖에 없다. 이 또한 선발의 요건인 좋은 스태미너의 일부분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