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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규시즌 우승팀이 그렇듯, 삼성에서도 전체 시즌을 관통하는 특징적인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5년만의 정규시즌 1위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라 부를 수 있겠다.
카도쿠라가 무릎 부상 재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류중일 감독은 흔들림 없었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매티스와 저마노 등 새 용병투수가 합류했다. 그후 삼성은 무려 7명의 선발투수 풀을 형성한 가운데 '나는 선발이다' 자체 경연을 벌였다.
대체로 6인 로테이션을 운용하면서 때때로 표적 선발도 내세우는 등 삼성 선발진은 과부하가 걸릴 이유가 없이 시즌을 잘 치러냈다. 주요 투수 가운데 치명적인 부상이 나오지 않고 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3년차 중고신인 배영섭은 현재 재활프로그램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대구 두산전에서 왼쪽 손등 골절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한국시리즈 때 컴백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배영섭은 올해 삼성의 초중반 기세를 전면에서 이끌었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내믹한 타격폼과 컨택트 능력, 빠른 발을 앞세워 톱타자로서 삼성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배영섭이 없었다면 삼성의 최종순위는 지금보다 낮아졌을 것이다.
시즌 타율 2할9푼4리에 2홈런, 24타점, 51득점, 33도루. 비교적 편안하게 삼성 타선을 상대하던 다른 팀 투수들이 배영섭 때문에 머리가 아파졌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끝판대장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별명이다. 올해 45세이브를 기록중이며 블론세이브는 단 한차례 뿐이었다. 상황에 따라 2006년 자신이 세운 47세이브 아시아기록 경신도 바라볼 수 있다.
오승환 덕분에 삼성은 올해 8회까지만 이기면 되는 깔끔한 야구를 했다. 다른 여러 팀들이 강력한 마무리투수를 갖고 있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수차례 등장했다. 오승환이 있어 삼성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경기를 치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지난 2년간 부상과 재활로 인해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다. 오승환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내가 마운드에 올라 불지르는, 방화범이 되는 꿈을 꿨다"고 털어놓기도 했었다. 그만큼 오승환도 부담을 안은 채 시즌을 맞이했다. 결과는 화려한 부활. 물론 오승환 앞에서 많은 세이브 기회를 이어준 정현욱 안지만 권오준 권 혁 등 불펜투수들도 삼성의 우승에 크게 공헌했다.
그리고 야통
무엇보다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시즌 중반에 김성근 전 SK 감독을 지칭하는 '야신'에 이어 한대화 한화 감독이 '야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후 취재진이 류중일 감독에게 '야통'이란 닉네임을 선물했다. 야구 대통령이란 뜻. "나는 야구 아이돌이란 의미의 야돌이 좋다"고 손사래를 쳤던 류중일 감독. 결국엔 부임 첫해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진짜 야통이 됐다.
류중일 감독의 최대 강점은 포용력에 있다. 프로야구에서 감독은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뭐든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독단적인 선택 보다는 늘 코치들의 조언을 택했다. 또한 선수단 분위기를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시즌 내내 노력했다.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11년간의 코치 경험을 통해 깨우친 류 감독은 그걸 실천에 옮기면서 결국 큰 결실을 얻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