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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는 발이 느리다. 그것이 상대를 편안하게도 만들고 당황하게도 한다.
그러나 이대호는 공이 빠지는 것을 보고 곧바로 2루를 향해 뛰었다. 다급해진 양의지가 공을 잡아 2루로 던졌지만 세이프. 3루측 롯데 덕아웃과 관중석에선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후 박종윤의 1타점 안타로 3루까지 진출한 이대호는 황재균의 중견수 플라이 때 홈으로 리터치를 했다. 깊은 타구가 아니고 주자가 이대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수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견수 이종욱은 홈 승부는 생각하지 않은 듯 2루로 편안하게 공을 던졌다. 그러고는 곧바로 옆에 따라온 좌익수 김현수와 주저앉았다. 그때서야 3루주자가 이대호라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2루수 오재원이 공을 받은 뒤 서둘러 홈으로 던지려다가 글러브에서 공이 빠지지 않아 한차례 더듬은 탓에 이대호는 양의지의 태그에 앞서 홈을 밟고 득점에 성공.
허를 찌르는 이대호의 과감한 주루플레이 덕분에 1점을 더 얻은 롯데는 8회말 2점을 주고서도 6-3의 3점차 리드를 해 안전하게 승리를 챙겼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