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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는 요즘 '홈런 칠 몸'이 아니다. 스스로 한 말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뭔가 다른 모습이었다. 인터뷰와 사진촬영 요청 등이 밀려들어왔지만 "오늘 만큼은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첫 타석 부터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팀이 1-0으로 앞선 1회초 1사 1루 상황서 상대선발 양 훈의 높은 커브를 그대로 밀어쳤다. 우측 펜스를 살짝 넘기는 홈런. 지난달 24일 부산 KIA전 이후 23일 만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완전히 감을 잡은 이대호의 홈런쇼는 한 차례 더 이어졌다. 이번에는 전세를 뒤집는 역전포라 더욱 값졌다. 5-7로 끌려가던 4회초 2사 1, 2루 상황서 바뀐 투수 장민제를 상대로 좌월 스리런 홈런을 쳐냈다. 이번엔 142km 직구를 받아쳤다. 한화 투수들은 커브, 슬라이더, 직구 그 어떤 구질로도 이대호를 넘어설 수 없었다.
한국의 '쿠어스필드' 청주구장도 이대호를 도왔다. 첫 번째 홈런과 세 번째 홈런은 사실 다른 구장 같았으면 펜스 상단에 맞았을 타구.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올시즌 홈런왕 패권은 최형우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호 본인도 "최근 내 몸상태로는 홈런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최형우의 홈런왕 등극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이대호가 홈런왕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몰아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자신의 괴물같은 능력을 이날 경기에서 발휘했다. 향후 제 입으로 "홈런왕은 형우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청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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