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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죠. 아쉬움 말곤 달리 할 말이 없네요."
이병규는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1회부터 스리런포를 터뜨려 팀의 12대7 대승을 이끌었다. 본인은 낮게 날아가는 바람에 2루타인줄 알았다고. 빨랫줄처럼 날아간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전력질주하던 이병규는 2루 근처에 와서야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그의 무릎 상태를 감안했을 때 전력질주는 인상적이었다.
시즌 3호 홈런. 시즌 초부터 출전했다면 지난해보다 많은 홈런을 뽑아낼 수 있는 페이스다. 15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만난 이병규는 "아쉽다. 아쉬움 말고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잠시 뒤 그는 "다 잊었는데, 아픈 기억을 또 꺼내시네"라면서 크게 웃고는 타격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다.
포지션 중복은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유일한 우타자인 이택근은 중견수 이대형을 피해 좌익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서투른 수비 탓에 잦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게다가 좌익수 박용택은 송구에 고질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작뱅' 이병규(배번24)가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것. 결국 박 감독은 그를 염두에 두고 포지션을 변화했다. 시즌 전부터 박용택은 지명타자로 고정됐고, 이택근은 1루수로 이동했다.
오래 자리를 비운 그 대신 팀 내 최고참인 큰 이병규(배번9)가 회춘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타선의 마지막 퍼즐은 결국 시즌 막판이 되서야 돌아왔다. 박 감독은 작은 이병규의 복귀 직후 "더이상 아프면 올시즌은 힘들지 않나. 잘 해내리라고 본다"면서 그를 지켜봤다.
뒤늦은 시점이었지만 이병규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15일 경기에 앞서 만난 박 감독은 "그동안 공백이 아쉬울 만큼 잘 하고 있다. 공백이 길었음에도 이렇게 빨리 적응한다는 것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많다는 것"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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