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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SK전 싹쓸이로 2위 수성의 희망을 지켰다.
무사 1,2루. 안치홍이 타석에 섰다. 보내기 번트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또 한번 빗나갔다. 또 다시 강공이었다. 2차례 병살 리스크를 감수한 과감한 작전. 결과적으로 KIA 벤치의 선택은 안치홍의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대가를 얻었다.
결과를 떠나 KIA 벤치의 선택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과연 조범현 감독은 왜 보내기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을까.
작전은 끊임 없이 변한다. 볼카운트에 따라 변하고 심지어 견제구가 날아간 직후 변하기도 한다. 무사 1루, 김상현 타석 때도 그랬다.
조 감독은 "상현이에게는 스트라이크 번트 사인을 한번 냈다. 하지만 볼이 들어왔다"고 했다. 초구가 볼이 되면서 KIA 벤치의 선택의 폭이 늘었다. 상황에 따라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나 힛 앤 런 등 작전의 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김상현은 볼카운트 1-1에서 살짝 높게 형성된 볼을 당겨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내는 머리 싸움에서 김상현의 노림수가 SK 배터리에 앞섰다.
"만루작전과 정우람 투입이 예상됐다."
그렇다면 김상현보다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안치홍에게는 왜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을까. 대기중이던 SK 특급 좌완 정우람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보내기 번트를 성공해 1사 2,3루가 됐을 경우 SK는 차일목을 거르고 (좌타자) 신종길 앞에서 정우람을 투입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사 만루 상황은 의외로 득점 성공이 쉽지 않다. 특히 정우람 같은 정교한 제구력을 지닌 투수를 상대로는 오히려 타자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최근 신종길의 페이스(6경기 타율 0.188)도 고려됐다.
SK 외야의 전진수비도 고려사항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외야가 많이 전진해 있었다. 어지간히 멀리 보내면 넘어가거나 진루가 될 거란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안치홍의 외야 타구가 설령 잡히더라도 외야수가 후진 과정에서 포구한다면 2루주자 홍재호가 어렵지 않게 3루로 진루할 수 있다는 판단을 곁들인 셈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