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김 코치가 1군에 올라온 뒤에도 팀은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지난 18일엔 잠실 두산전에서 LG가 패하자 팬들의 청문회까지 열리고 말았다.
수천명의 팬들은 대구로 이동해야 하는 선수단의 버스를 둘러싸고 박 감독의 사과를 요구했다. 워낙 많은 팬들이 운집해 이동이 불가능하자 박 감독은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옆을 김 코치도 함께 지켰다.
대구로 내려오는 내내 김 코치는 가슴이 먹먹했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모시는 감독이 팬들 앞에서 작아져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새벽에 도착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샌 김 코치는 아침 일찍 숙소 안 이발소를 찾았다.
"삭발 해 주십시요."
이날 박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김 코치의 머리는 하얗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서용빈 타격코치, 염경엽 수비코치, 김정민 배터리코치도 조용히 머리를 잘랐다.
그 이유에 대해선 그 누구도,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야구를 하면서 가장 부끄러운 날이었다. 내 스스로 독한 마음을 먹고 싶어서 머리를 잘랐다"고 짧게 말했다.
김 코치의 삭발이 선수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LG 선수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김 코치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바로 이 같은 독기다.
대구=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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