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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얘기가 김성근 감독의 입에서 현실로 나오자 취재진 모두 할 말을 잃었다.
SK 관계자는 10여명의 기자들에게 "감독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답니다. 지금 가시죠"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이 경기전 감독실에서 기자들과 환담을 나누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러 직원 두명이 찾아와 자리를 마련했다며 감독실로 안내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중대 발표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다. 최근 김성근 감독과 SK 프런트는 재계약 문제 때문에 서로 껄끄러운 처지에 놓여있었다.
순간적으로 취재진이 얼어붙었다. 프로야구에서 지금껏 숱한 감독이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팀의 감독이 시즌후 사퇴를 미리 기자들에게 발표하는 건 유례없는 일이다. 더구나 경기를 하는 날에 말이다. 올시즌 개막후 김경문 전 감독이 두산 사령탑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때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최근 4년간 세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던 감독이 먼저 팀을 떠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어 조심스럽게 몇가지 질문과 응답이 이어졌다. 김성근 감독은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 차분하고 담담하게 질문에 응했다. 말미에는 "내가 이 팀에서 5년 했으면 많이 한 것 아닌가"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남은 41게임을 열심히 치르려한다. 그게 예의다"라고 말했다.
약 30분간의 대화를 마친 뒤 감독실을 나서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기자들 대부분이 그러했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에 관한 세간의 모든 긍정-부정적인 평가를 떠나, 대체 어떻게 하다 이런 상황까지 흘러오게 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