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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불 끄러 갈까요?"
하지만, 이로 인해 벌어진 추가 상황들 때문에 관중들은 황당해하면서도 박장대소했다. 불이 계속 타오르며 연기를 내뿜자 급기야 인근 소방서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차가 긴급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지휘 차량 1대와 소방차 3대 등 총 4대의 차량이 대구구장 안으로 들어왔고, 소방수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야구의 '소방수' 오승환이 세계 최고기록을 달성하는 자리에 진짜 소방수들이 출동한 것이다. 불이 타오르고 연기가 번져 다른 때 같으면 긴급 상황으로 여겨졌겠지만, 축제 무대에 벌어진 이 아이러니한 상황앞에서 심각해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관중석과는 아주 멀리 동 떨어진 장소라서 마치 오승환을 축하하는 또 다른 '이벤트'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때마침 인터뷰를 마친 오승환. 멀리서 화재 진압 장면을 지켜보다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내놨다. "제가 (불) 끄러 갈까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황당했던 지 오승환은 좀처럼 보기 힘든 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건넸다. 이에 오승환과 취재진이 크게 웃는 사이 불은 금세 진압됐다. 프로야구 최고 '소방수' 오승환의 포스가 깔린 대구구장에서 '불'은 언제나 조기진압되기 마련이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