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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송신영은 트레이드 직후 "소문이 돌길래 안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통상 말은 트레이드의 적이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가 예상보다 뛰어난 활약을 하면 그 선수는 화제의 중심이 된다. 그동안 숨겨온 애환과 애틋한 사연이 공개되고 '환경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언론 종사자나 구단 관계자들이 자제해야 할 선이 있다. 바로 트레이드 손익 평가에 대한 섣부른 평가다. '실패한'이란 형용사가 트레이드를 수식한다. 이는 두가지 면에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양쪽 모두 '필요'를 충족시켰다면 그 '반대급부'에 대해서는 눈을 질끈 감아야 한다. 영입한 선수가 당초 트레이드 목적에 얼마만큼 부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냉철하게 판단하면 된다.
'실패'에 대한 초점이 야기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실패'란 섣부른 규정은 '책임'의 소지를 낳는다. 트레이드는 블라인드 게임이다. 결과를 미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예기치 못한 부상과 새 팀 분위기와의 궁합 등 사후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과론적 '실패'에만 포커스를 맞출 경우 트레이드 결정권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미래의 트레이드 영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진정 팀의 미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트레이드는 실종되고 단기적이고 근시안적 성과에만 급급한 거래를 찾아나설 수 밖에 없다.
트레이드는 활성화돼야 한다. 외국인 선수 영입 외에는 딱히 취약 포지션을 메우기 힘든 현실의 구단들을 위해서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제약 속에 기회를 갈망하는 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활로가 되기도 한다. 잉여 포지션에 묻혀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면 결국 선수의 실력은 퇴보한다. 꼭 필요한 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의 문이 넓어질수록 한국 프로야구는 더 강해지고 발전한다. 9구단과 10구단 시대를 맞아 '트레이드'의 중요성은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트레이드 마감 시한 전까지 성사된 거래는 LG-넥센의 단 한건 뿐이었다. 혹시나 그동안 너무나 쉽게 던져버린 트레이드 결과에 대한 사후 언급의 부메랑 효과는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