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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입을 모은다.
KIA는 최근 주축 선수의 줄부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누구나 예상했던 1위는 커녕 2위도 위태롭다. 물론 인조잔디가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이 간접 원인임은 분명하다. KIA는 올 여름 유독 잦았던 우천 취소로 남들 다 놀 때 비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경기를 가장 많이 치렀다. 인조잔디 위에서 '3배'의 체력 소모를 해가면서 말이다. 체력이 떨어지고 지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부상으로 이어진다. 쌩쌩할 때는 슬쩍 피할 수 있는 공도 허덕거릴 때는 피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극심한 체력 저하로 집중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광주구장의 역사를 함께 해온 전설 이종범은 인조잔디에 대해 "발에 쿠션이 없어 다리 뿐 아니라 온 몸에 피로가 쭉 올라온다"며 그 폐해에 대해 역설한다. 그러면서 "인조잔디에서 치르는 10경기가 천연잔디의 30경기와 맞먹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광주구장은 천연잔디를 깔 수 없다. 수년 내 신설 전용구장이 들어선다는 사실 때문에 쥐죽은듯 기다려야한다는 건 아니다. 광주시 자체에 야구장 시설이 워낙 없어 모든 대회가 광주구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야구 시즌 중 거의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KIA의 홈경기나 월요일 훈련을 뺀 나머지는 퓨처스리그와 중·고·대의 아마 대회가 열린다. 심지어 가끔씩 사회인 야구 경기까지 열린다.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천연잔디를 현실적으로 유지할 물리적 여력이 없는 셈이다.
광주같은 인조잔디를 홈으로 쓰는 팀 선수들은 체력과 부상 측면에서 절대 불리하다. 이미 '보이지 않는 마이너스 요소'를 안고 시즌을 치르고 있는 셈.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 순위 경쟁은 순수한 야구 실력으로만 이뤄져야 한다. 환경적 불균형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 그래야 야구가 더 재미있어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