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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을 닮아야 한다."
김 감독은 "임창용은 한마디로 야구를 하고 싶어 일본에 갔다. 이대호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본 진출을 타진해야 한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일본 야구문화나 팀 적응 등 많은 난관을 뚫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2일 "김태균을 떠나보낸 지바롯데까지 가세해 한신, 라쿠텐 등 최대 5개 구단에서 이대호를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감독은 "해외진출 선수는 많지만 그 중 성공한 것은 선동열 박찬호 추신수 뿐이다. 이승엽은 70% 정도 성공했다. 그만큼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다.
FA 자격을 획득한 스타 선수들은 해외진출을 타진하는 게 습관처럼 돼 버렸다. 해외진출을 하면 큰 돈을 받을 수 있고, 설령 실패한다 해도 국내에 복귀하면 충분한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진출을 하는 선수는 당연히 해당 리그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갑절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김 감독은 "이대호는 국내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타자다. 그의 기량은 다 인정한다. 그러나 일본에 진출한다면 한 명의 용병일 뿐"이라고 했다.
일본야구는 여전히 한국보다 전체적인 수준 자체가 높다. 여기에 일본프로팀의 특유한 문화와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김 감독은 "해외진출시 투수보다 야수가 더 적응하기 힘들다. 최소 몸값 3억엔(약 39억원) 이상을 받을 이대호로서는 치열한 경쟁구도로 인한 좌절감과 용병타자로서의 압박감 등 여러가지 시련을 겪을 것이다. 기량보다도 이런 문제들은 현실에서 더욱 크게 다가온다. 단단히 각오하지 않으면 일본무대에서 활약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김 감독이 기량보다 정신력을 훨씬 더 강조한 이유다.
녹록지 않은 환경
김 감독이 말한 3억엔은 일본 구단의 입장에서도 거액이다. 시즌 전 일본야구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는 "3~5억엔이면 일본 구단에서도 용병 영입자금으로 거액이다. 때문에 일본 프로팀에서도 이대호와 미국 출신의 거포를 당연히 저울질한다. 최종 선택과정에서 느리고 수비에 약점이 있는 이대호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각 팀의 편성담당자(한국으로 치면 스카우트)들이 '특정선수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것은 관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대호처럼 많은 몸값을 지불해야 데려올 수 있는 용병에 대해서는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관여한다"고 했다. 즉 거액의 몸값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일본 구단들의 실제적인 이대호 영입 작업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
김 감독도 "이대호의 수비는 일본 내야수들에 비해 약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대호는 지명타자제도가 있는 퍼시픽리그로 갈 수밖에 없다. 지바 롯데와 라쿠텐 등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 타자들이 일본야구 적응에 실패해 돌아온 이상 이대호의 영입도 신중히 고려할 것이다. 지바 롯데는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확실히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