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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사상 첫 방출 경력 홈런왕 될까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7-13 13:54 | 최종수정 2011-07-13 13:54


한때 프로야구로부터 버림받았던 타자가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 최형우는 2005년 방출되는 아픔을 겪은 경력이 있다. 최형우가 12일 목동 넥센전 9회에 2점 홈런을 쏘아올린 뒤 미소를 지으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목동=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삼성 최형우가 '방출 경력 첫 홈런왕'이 될 수 있을까.

최형우는 '야구는 천재만이 잘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12일 목동 넥센전에서 시즌 19호 홈런을 터뜨리며 선두인 롯데 이대호(20개)를 바짝 추격했다. 최형우는 타점 부문에서도 61타점으로 3위다. 1위 이대호가 66타점, 2위인 KIA 이범호가 62타점이다.

이쯤에서 최형우의 경력을 다시한번 돌아볼만하다. 조금 잔인한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최형우는 전형적인 '야구 잘 못하는' 선수였다.

2002년 삼성의 2차 6라운드 지명선수로 출발했다. 전체 48순위였다. 포수 자원으로 입단했다. 2차 6라운드면 사실상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선수였다고 보면 된다. 몇몇 구단은 2차 7,8라운드 이후 지명권을 포기하는 경우도 잦았다. 결국 프로에 들어와 1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레벨 선수로 평가받았던 셈이다.

'알고보니 흙속의 진주였다'는 케이스도 아니었다. 최형우는 입단후 4년간 1군에서 고작 6경기만 뛴 뒤 2005년 10월 방출됐다. 앞날이 캄캄해진 상황이었다. 상무 입단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때마침 그해 경찰청 야구단이 생기면서 그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했다.

경찰청에서 홈런타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덕분에 2008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다시 계약할 수 있었다. 한번 방출했던 선수를 다시 받아들인 것도 드문 사례다. 당시 최형우는 다른 팀으로부터도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더 적은 연봉을 감수하면서도 옛 동료가 있는 삼성을 택했다.

그후 2008년부터 19홈런, 23홈런, 24홈런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30홈런 이상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있다.

역대 홈런왕 중에서 방출 경력을 갖고 있는 선수는 없었다. 연습생 출신인 한화 장종훈 코치가 빙그레 시절인 90년부터 3년간 홈런 타이틀을 차지한 사례가 있긴 하다. 2009년 홈런왕인 KIA 김상현의 경우 프로 데뷔후 두차례 트레이드를 겪었지만 순수 방출은 아니었다.


한때 쫓겨났고 다른 팀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던 선수가 6년만에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천재가 아니었던 최형우가 지금과 같은 위치로 올라선 건 100% 본인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전히 최형우는 "홈런왕 경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보다 많은 적시타를 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전에 "일단 20개를 치고 나서 그후에도 이대호 선배와 3개차 이내라면 홈런왕 레이스를 의식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딱 그런 상황을 앞두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방출을 경험했던 타자의 홈런왕 도전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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