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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고원준이 'KIA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힘보다는 제구력과 타이밍
4연패 속에서의 선발 등판. 아무리 자신있는 KIA전이었지만 고원준의 부담은 컸다.
고원준은 "볼넷이 많아 컨트롤 위주의 피칭을 생각했다. 맞춰잡기 위해 낮게 던지면서 장타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고원준은 2회 김상현에게 2개의 초슬로우커브를 던지는 등 타이밍을 빼앗는데 주력했다. 마치 댄스 스텝을 밟듯 '슬로우-퀵'을 반복했다.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5km. 커브 최저 구속은 86km였다. 한껏 물올라 의욕이 넘친 KIA 타자들이 헷갈릴 수 밖에 없는 속도차였다.
힘떨어진 직구를 버렸다
고원준은 직구를 줄였다. 총 투구수 86개 중 직구는 49개로 57%에 불과했다. 최근 구위가 떨어졌고 제구도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에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이날 유독 잘 먹혔던 슬라이더를 27개(31%)로 늘렸다. 느린 커브와 포크볼을 각각 7개(8%), 3개(3%)씩 던졌다. '비 오는 날에는 직구보다 변화구가 유리하다'는 환경 조건도 활용한 선택이었다.
특히 타선이 한바퀴 돌고 난 이후 잇단 위기에서 고원준은 변화구에 이은 허를 찌르는 공으로 직구를 활용했다. 변화구가 많아진 상황에서의 직구는 더욱 빨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KIA에 대한 자신감도 호투의 숨은 요소였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