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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비상식적인 행보는 기본, 일처리마저 미숙했다. IBK기업은행 알토스 배구단의 '명가'는 옛말이 됐다.
2019~2020년 시즌을 앞두고 선임된 김우재 감독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성과에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서남원 감독. 그러나 컵대회에서 2패를 하는 등 성적이 좋지 않자 서 감독의 입지는 좁아졌다.
내부에서 잡음이 나왔고, 선수와 코치가 이탈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구단은 사령탑과 단장 경질을 택했다. 서 감독 체제로는 정상화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비상식의 행보가 이어졌다. 도망간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앉혔다. 김 감독대행은 그동안 내분에 대해 "서남원 감독의 폭언이 있었다"라며 "나도 지금까지 쌓아놓은 업적이 있다. 내가 이럴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한 것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가업은행의 기묘한 일처리가 더해졌다. 논란을 의식한 듯 기업은행은 김사니 감독대행 소식과 조송화의 임의해지 하겠다는 뜻을 SNS에 슬그머니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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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어설프고 엉성했다. 조송화를 임의해지 하겠다고 했지만, 선수 서면 신청서을 누락하는 실수를 범했다.
지난 6월 새로 도입된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임의해지시 구단이 아니라 선수가 먼저 서면으로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KOVO 규약 52조(임의해지 선수)에도 "선수가 계약기간 중 자유의사로 계약의 해지를 원하는 경우 구단에 서면으로 임의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 구단은 선수의 임의해지 신청사실을 연맹에 통보해야 하고, 총재가 이에 대한 구단의 동의를 확인한 후 선수를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하면 임의해지 선수가 된다"고 명시돼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구단은 이를 누락한 채 임의해지 신청서를 제출하는 촌극을 벌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조송화 선수가 (임의해지에 대해) 구두로 몇 차례 동의한 건 맞다. 13일 이탈한 뒤 집 앞에서 있는 베이커리 집에서 복귀를 이야기했다. 서남원 감독이 있는 상황에서 복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 구단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임의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7일 저녁에 재차 복귀 요청을 했다. 마음의 변화가 없었다. 구단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임의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본인도 알았다고 하더라"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서면으로 확인서를 받지 못한 건 사무국 차원에서 미숙함"이라고 인정했다.
기업은행은 사무국에 조송화의 임의해지 요청을 서면으로 제출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조송화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 김 사무국장은 "지난 20일에 조송화가 구단에 운동을 다시 하고 싶다고 전해왔다고 하더라. 이미 결정된 상황인 만큼, 연맹에 공문을 보내기 전에 이야기했는데, 본인의 심경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연맹이 공문 중재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구단하고 관계가 좋지 않은 선수에게 임의해지하는 건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느껴 추후 보완이 필요한 거 같다"고 역설했다.
결국 연맹은 '서류 미비'로 조송화 임의해지를 반려했다. 동시에 기업은행은 당분간 팀을 무단으로 떠난 조송화에게 월급을 지급하게 됐다.
기업은행은 임의해지가 안 되더다도 계약 해지 및 징계 등을 고려할 예정.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도 '비상식'은 이어졌다. 자팀의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사과문 및 입장 발표가 전달해졌다. 경기에 입장 발표가 가려질 수 있는, 혹은 입장 발표에 경기가 가려질 수밖에 없는 처사였다.
어쨌든 기업은행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냈다. 올 시즌 첫 승점 3점 획득. 동시에 탈꼴찌도 성공했다.
승리는 했지만, 계속된 무능한 일처리는 기업은행의 이미지를 곤두박칠 치게 만들었다. 본사 앞에는 시위 차량까지 등장하면서 배구단의 비정상 행태를 규탄했다.
윤종원 행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에 있다. 과연 윤 행장이 복귀한 뒤 기업은행 배구단은 정상화 될 수 있을까.
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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