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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균과 싸우는 면역력 지수, 1㎖ 혈액만 있어도 확인 가능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04-20 12:39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면역력에 대한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건강한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완치 속도가 빠른 반면, 기저 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은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는 등 개인마다 증상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 개개인의 면역력 차이가 증상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치료 과정에 있어서는 면역력의 효용이 더욱 크다고 조언한다.

면역력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질병인 암까지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소중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면역력 관련 검사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체내 핵심 면역세포 'NK세포'…각종 질병의 발병 가능성 좌우

'면역(免疫)'의 사전적 정의는 '몸속에 들어온 병원 미생물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하여 독소를 중화하거나 병원 미생물을 죽여서 다음에는 그 병에 걸리지 않도록 된 상태, 또는 그런 작용'이다. 따라서 '면역력'이란 이러한 작용을 하는 힘, 즉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을 말한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우리 몸 속 정상적인 자기 물질과 상처나 감염으로 침입한 비자기 물질을 구분하고 방어하는 능력인 셈이다.

우리 몸의 호흡기나 소화기, 피부 등이 외부로부터 병원체를 1차로 막는 면역 기능을 한다면, 체내에서는 각종 면역세포가 이 기능을 한다. 몸 속에는 대식세포, T세포, B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가 존재 하는데, 특히 최근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NK세포(Natural killer cell)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각종 암부터 코로나19까지 NK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NK세포가 주목 받는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유일하게 직접 비정상세포를 찾아내고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세포 표면에 특정단백질(MHC Class I)이 적어지는 등의 이상이 생기는데, NK세포는 이 이상을 감지해 비정상세포를 인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체내에는 약 1억 개의 NK세포가 있으며 간이나 골수에서 성숙한다. 일반적으로 20대에 세포의 활성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60대에는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80대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 NK세포의 활성도가 높다면 비정상세포를 공격하고 파괴하여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지만 반대로 활성도가 낮은 경우, 비정상세포를 구별하지 못하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즉,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나 암과 같은 각종 질병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내 몸 면역 지수를 확인하는 'NK세포 활성도 검사'


실제로 NK세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암환자, 그중에서도 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환자들의 NK세포 활성도가 일반인에 비해 낮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활성도가 낮게 측정된다는 것은 이미 암세포가 생겨 NK세포 활성을 저하시키는 물질이 분비되고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NK세포 활성이 낮아지고 체내 암세포가 자라날 확률이 높아졌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주기적인 NK세포 활성도의 측정으로도 암을 비롯한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데 유효하다는 의미다.

체내 NK세포 활성도를 알아보기 위한 검사는 1㎖의 혈액 채취만으로도 간단한 측정이 가능하다. 이 검사는 이미 다양한 언론에 소개된 바 있는 대중적인 검사로, 자극인자를 통해 혈액 내 NK세포를 특이적으로 활성화 시킨 후 NK세포로부터 분비되는 인터페론 감마의 양을 효소면역분석(ELISA)으로 측정해 NK세포 활성도를 정량화하는 원리로 진행된다.

NK세포 활성도 검사를 활용하면 암세포 등 비정상세포의 발생 여부나 앞으로 발병 가능성이 있는 환경인지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 일례로 유전성 암 검사를 통해 유방암 발병 전에 미리 유방절제술을 받은 안젤리나 졸리도 NK세포 활성도 검사를 활용해 암 발병 조짐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의 발병 원인이 되는 면역 기능 저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신체 면역력 강화, 올바른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

NK세포의 활성도를 높이고, 나아가 신체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료 전문가들은 모든 건강관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과 제대로 싸우기 힘들다. 수면은 모든 세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전체 에너지 대사도 떨어진다. 전문가에 의하면 NK세포 역시 수면을 취할 때 그 기능이 활발해 지는데, 숙면을 하지 못할 경우 NK세포의 수와 기능이 떨어진다. 수면 중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NK세포의 증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체온 유지도 중요하다. 추울수록 몸이 체온 유지를 위해 여러 기관에 에너지를 써서, 면역세포에 가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온도가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이 3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이 낮을 때는 오랜 시간 야외 활동하는 것을 피하고 주기적으로 따뜻한 곳에서 쉬어야 한다. 또 외출할 때는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거나 모자, 스카프 등을 착용해 큰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식단과 적당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식단의 경우, 장내 유익균이 면역력에 도움이 되므로 유익균이 많이 든 발효 식품이나, 곡류·채소류 등 유익균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일주일에 3회 이상 40~50분간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추천된다.

GC녹십자의료재단 권애린 전문의는 "개인의 면역력은 올바른 생활습관과 꾸준한 노력으로 개선될 수 있다"며 "NK세포 활성도 검사를 통해 자신의 면역력을 점검하고 생활습관 등을 개선해 나간다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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