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조~3조원 예상…인수후보 기업들 모두 손사래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M&A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진행된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IDT·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자회사도 일괄 매각한다. KDB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상반기 내 실사를 마치고 7월쯤에는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뒤 연내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쯤에는 최종 인수자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주관사로 CS증권을 선정하며 매각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수금액으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입에 5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1조원 가량의 유상증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항공업계는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하고 적자노선을 정리하면 상당한 실적을 낼 수 있고, 여기에다 항공서비스업이라는 '고급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상당수 대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인수후보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곳은 SK그룹이다.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해 엄청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어 실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미 도시바 인수 등을 대비해 2조원 가량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항공업에 진출하면 기존 사업 부문인 호텔·정유·물류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해 항공사 인수나 경영 측면에서 다른 그룹보다 우위에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SK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없고, 검토한 바도 전혀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또 최 부사장의 영입이 항공업 진출 포석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LCC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한화그룹도 인수후보 리스트 상단에 위치해 있다. 한화그룹은 2017년에 한화테크윈·한화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청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 항공사 에어로케이에 160억원을 투자한 적이 있다. 항공기엔진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시너지, 투자 수익 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게다가 한화그룹은 최근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하면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아시아나항공 M&A에 돌릴 수 있어 자금 면에서도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도 "검토한 바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항공기 정비 등 시너지와 관련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 정기정비파트가 없어 싱가포르에서 외주처리하고 있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엔진·부품사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런 분야에서 시너지를 거둘 수 있긴 하지만 큰돈을 들여 인수할 만큼 경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하는 롯데그룹도 매각대금으로 최소 1조원 가량을 마련할 수 있는데다 면세점과 쇼핑, 유통과 시너지가 기대돼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도 "시장에서 그렇게 보고 있지만 실제 움직임이 없다"며 "참여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통업계의 강자인 신세계그룹도 이마트의 성장정체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다 항공서비스업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어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7년 성사되진 않았지만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면세점 사업체인 신세계DF가 신규 LCC인 플라이강원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도 "현재 검토한 바 없다"며 불참을 시사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항공물류 사업을 통해 CJ대한통운과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CJ그룹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CJ헬로비전 매각으로 자금여력도 있다. 그러나 CJ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 없다"고 밝혔다.
몸값 높아 분할 매각 가능성 제기…호남기업 SM에 밀어준다는 소문도 돌아
이처럼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SK·한화·롯데·신세계·CJ 등 대기업들이 일제히 인수할 뜻이 없다고 못을 박고 있는 것은 몸값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매입자금 외에도 당장 갚아야할 빚까지 고려하면 인수에 들어갈 돈이 3조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어 인수가격을 최대한 낮추지 않으면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앞으로도 몇 개월 걸릴 것이기에 섣불리 참여를 선언해 몸값만 올릴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인수 예상가격이 2조원을 웃도는 것과 관련, 재계 등에서는 너무 높게 몸값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이 좋다면 재무적투자자가 됐던 전략적투자자가 됐든 사모펀드들이 달려들 텐데, 아직까지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 시장에서 나오는 2조~3조원이라는 매물가격이 너무 높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도 "(채권단 등이) 매각가격을 너무 높게 잡지 않는다면 매물로서 매력적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수전에 뛰어들 기업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몸값이 흥행의 열쇠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통매갭다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각각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를 묶어 통매각하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분리 매각을 협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자회사 중 LCC업계 4위 에어부산은 지난해 매출 6535억원,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하는 등 알짜매물이고 LCC업계 6위 에어서울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분할 매각할 경우 상당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화·신세계 등은 LCC에 관심이 있었기에 인수자금 부담이 크지 않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관심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부터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는 애경그룹이나 2015년 금호산업 인수를 추진했던 호반건설은 물론이고, 기존 LCC업체까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분할 매각하게 되면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견기업이나 LCC업체들은 재무적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지난 23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키로 결정한 것을 놓고도 재계 등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채권단의 속내가 뭔지 궁금하다는 것. 채권단은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와 함께 한도대출(크레디트 라인) 8000억원, 보증한도(스탠바이 L/C) 3000억원 등 모두 1조6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는데 이는 업계나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당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5000억원 가량을 요청했다.
더욱이 지원 방안 발표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아닌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 M&A에 관여하고 인수기업을 낙점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않을 경우 정부가 전략적으로 호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을 같은 호남기업인 SM(삼라마이다스)그룹에 밀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완제 기자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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