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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선발 정성곤 교체, 냉정함인가 잔인함인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8-01 22:01 | 최종수정 2017-08-01 22:19



kt 위즈 김진욱 감독의 정성곤 교체 결단을 어떻게 봐야할까.

KIA 타이거즈와 kt의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린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는 예상 외 흐름이었다. kt가 1회부터 8점을 몰아치는 등 5회까지 11점을 내며 앞서나갔다. KIA의 5회말 공격이 시작되기 전 스코어는 11-3 kt의 리드.

kt 선발 정성곤은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만 더 채우면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첫 타자 이명기의 플라이 타구를 중견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2루타로 만들어준 것이 화근이 됐다. 로하스가 타구를 잘못 판단하고 앞으로 대시했다, 나중에야 뒤로 가며 공을 잡으려 했지만 키를 넘겼다. 기록은 2루타였지만 사실상 실책성 플라이.

흔들린 정성곤은 로저 버나디나와 최형우에게 연속 적시타를 내주며 1점을 줬다. 그리고 1사 1, 2루의 위기가 이어졌다. 여기서 kt는 냉정한 선택을 했다. 11-4 리드 상황 아웃카은트 2개가 남아있는데 선발 정성곤을 교체한 것이다. 두 번째 투수 김사율이 나지완에게 적시타를 맞아 정성곤의 실점은 5점으로 늘었다. 하지만 김사율이 더 이상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해 kt는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먼저 이 교체를 조금은 잔인하게 볼 수 있다. 보통 7점의 점수 차이면 감독들은 선수 사기를 위해 5회 웬만하면 투수를 바꾸지 않는다. 특히, 김 감독은 투수 출신이다. 누구보다 투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여기에 정성곤은 지난 5월1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후 단 한 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후 9연패였다. 1승10패. 어린 투수가 기가 죽을 수 있는 가운데도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씩씩하게 던져왔다. 최대한 승리를 챙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맞는 선택일 수 있었다. 정성곤의 시점에서 생각하면 '이 점수차에서도 나를 못믿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패전 때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선택을 잔안하게만 볼 수도 없다. kt의 팀 사정 때문. kt는 역대 최초 시즌 100패 위기에 몰려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승리가 매우 소중하고 간절하다. 점수 차이는 있었지만, 상대가 강타선을 보유한 KIA였기에 감독 입장에서는 점수차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다. 또, 정성곤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한 경기가 없었기에 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정성곤은 이날 105개의 공을 던졌고, 힘이 거의 떨어진 시점이었다. 또, KIA는 안치홍-나지완-이범호-김주형 강한 우타자들이 쭉 나올 차례였다. 김 감독의 냉정한 판단이 kt의 15대7 완승을 이끈 요소였는 지도 모른다. 1회부터 8점의 득점 지원을 얻었는데, 5회 교체 상황까지 몰린 건 정성곤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이라고 냉철하게 평가할 수도 있다.

그래서 프로야구 감독이 어렵다고 한다. 순간의 선택이, 너무 여러가지 시나리오로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날은 팀이 어려운 상대로 승리를 거뒀기에 김 감독의 판단이 맞았다고 봐야 한다. 젊은 정성곤에게는 앞으로도 기회가 많다. 김 감독은 경기 후 "2회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변화구 구위가 떨어진 점, 투수수가 많았던 점, 그리고 상대 타순 등을 고려해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정성곤은 2회 상대 땅볼 타구를 왼손으로 잡으려다 공에 손가락이 스치는 장면이 있었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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