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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 밥을 말아먹지 않아." KIA 임기영의 수많은 징크스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07-20 23:15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KIA 임지영과 넥센 브리검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3회 실점 위기를 넘기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는 임기영.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7.19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쿨한 선수라는 것이 느껴진다. 전날 좀 못던져도 아쉬워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피칭에 불만이 있더라도 다음 경기에 준비를 잘해서 잘던지면 된다는 식이다. 승패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임기영은 지난 19일 고척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서 폐렴으로 빠진 이후 42일만에 선발등판해 5⅔이닝 동안 8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오랜만의 선발등판임에도 107개의 공을 던지며 무너지지 않았다.

본인은 "후반엔 그래도 괜찮았는데 초반에 감을 잡지 못했다"며 불만이 많았다. 그래도 완봉승을 두번이나 기록하며 7승2패, 평균자책점 1.93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루가 지난 20일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의외의 것을 발견했다. 쿨한 그에게 의외로 징크스가 많다는 것이다. 평상시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던지는 그날만큼은 예민해진다.

유독 징크스가 많았던 김성근 전 한화 감독보다도 더 징크스가 많아 보였다. 잘됐을 때 했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징크스가 되고 루틴으로 굳어진다고.

예전엔 웨이트트레이닝을 건성으로 했던 임기영은 이번시즌엔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중했다. "예전엔 스프링캠프 때 건성으로 했었는데 군생활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정말 열심히해서 몸을 만들어 자신있었다"라는 임기영은 그덕인지 초반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호투를 이어가며 선발 투수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선발을 준비하면서 했던 웨이트트레이닝이 이젠 루틴이 됐다. "던지고 다음날과 그 다음날에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이젠 그것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라고 했다.

유니폼도 이겼을 때 입었던 것만 고집해서 입는다고. 구단에게서 받은 유니폼이 많지만 등판일에 입는 유니폼은 홈과 원정 딱 두벌밖에 없다. 임기영은 "잘 못던질 땐 버리기도 한다. 예전 NC전(4월 30일 6⅔이닝 8안타 4실점(3자책))에선 모자를 버렸다"면서 "이번엔 글러브를 바꿔볼까 생각중"이라고 했다.

등판일엔 밥을 국에 말아먹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밥을 국에 말아먹고 등판해 진짜 경기를 '말아먹은' 이후부터 생긴 징크스다. 임기영은 "고등학교 때 내생일이었는데 그날 비가 많이 와서 경기가 취소될 것 같았다. 국에 밥을 말아먹었는데 경기를 진행했다. 그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으로 나왔는데 완전히 '말아먹었'고 그 이후로는 등판하는 날엔 국에 말아먹지 않는다"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이어오고 있는 자신만의 루틴이다.


등판해서 덕아웃에서 루틴도 있다. 물을 한잔 마시고 립밤을 입술에 바른다고. 공을 던질 때 입술에 침을 발라 경기중엔 꼭 립밤을 바른다고. 그런데 19일 경기서 립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자신이 바르는 립밤을 가져오기 않은 것. 후배를 시켜 인근 편의점에서 사오게 했으나 그 립밤은 없었다고. 트레이너가 구해온 립밤은 그가 쓰던 것과는 달랐다. 임기영은 "립밤이 없으니까 경기전부터 초조했다. 트레이너님이 구해주시긴 했는데 내 것과 스타일이 달랐다"라고 했다.

임기영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징크스가 있다. 부모님이 오면 꼭 못던진다는 것. 임기영은 "부모님이 말씀을 하지 않고 몰래 오셔도 그날은 잘 못던진다"면서 한국시리즈에 선발등판해도 못오시게 할거냐는 질문에 "TV로 보시게 할것"이라고 했다. 어머니까지 징크스 대열에 동참. 올해 자신의 첫 선발등판 때 어머니의 108배를 했는데 그때 잘던진 이후 어머니에게 108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임기영은 "첫 선발 등판 때 어머니께서 전날 108배를 하셨고, 경기 아침과 경기전에도 108배를 하셨다"면서 "그래서 내가 선발등판하는 날엔 꼭 108배를 해달라고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잘던지고 싶은 바람이 만들어낸 징크스들. 임기영은 "만들면 안되는데…"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만약 다음 등판 때 호투를 하게 된다면 앞으로 등판 다음날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자청할지도 모르겠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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